▲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12일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4.11 총선 결과에 대해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 확인했지만 여소야대 국회 만들어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남소연
2010년 겨울 전국을 뒤흔들었던 25일 동안의 공장 점거파업 당시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야 4당이 '선 파업중단, 후 교섭'이라는 중재안을 내밀려 파업을 중단하라고 강요해 조합원들이 대거 흔들렸고, 결국 농성장을 내려오게 됐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현대차 정규직노조 간부들만 만나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현장은 조용합니다. 총선에 별 관심이 없고, 선거 얘기를 잘 하지 않아요. 난감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투표를 독려하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국민참여당 세력과 통합하면서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금속노조 부위원장이었던 현대차 전주공장 김형우 조합원이 전한 현장의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함께 민주당 지지 유세를 하는 것을 보며 한국노총과 뭐가 다르냐며 개탄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통합진보당을 찍어야 하는지, 가족과 주변의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지 마음이 우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통합진보당은 노동자의 정당,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권력을 쫓는 야당에 불과했는지 모릅니다.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김대중 정권 때 만들어진 정리해고법으로 인해 36일간의 점거파업을 벌이고도 1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인천 한국지엠(구 대우자동차) 노동자들 역시 김대중 정권의 정리해고와 해외매각으로 1750명이 정리해고를 당해야 했고,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는 기억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법과 파견법, 비정규직법은 노동자들에게 악법의 상징이고 징표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고공농성과 파업 등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강행 처리해 만든 법안입니다.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민주당과의 '묻지마 야권연대'에 민주노총의 많은 노동자들이 반대했던 이유였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민생경제와 민주주의를 파탄내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야권연대 후보를 찍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해외매각 반대와 정리해고 투쟁이 있었고, 이는 김대중 정권에서 벌어진 일인데, 정리해고법을 만들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폭력으로 짓밟은 세력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2001년 정리해고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일섭 한국지엠지부 조합원의 말입니다. 반이명박 야권연대에 대해 현장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딜레마와 고민이 담겨 있었지만,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들이 무조건 자신들을 찍어줄 것이라고 자만했던 것입니다.
'묻지마 야권 연대'... '먹고 사는 문제'를 잃어버린 진보정당이명박 정권 4년, 도저히 못살겠다는 노동자 서민들의 절규가 빗발쳤습니다. 무한 탐욕의 재벌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치솟았고,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일자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야당은 총선에서 '먹고 사는 문제'로 노동자들의 마음을 끌어내지 못한 채 '묻지마 야권연대'에 매달렸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4·11 총선이 끝나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도시에서 외면당한 통합진보당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묻지마 야권연대 지지'를 하고 다닌 민주노총은 반성과 성찰은커녕 여전히 '반MB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되뇌고 있습니다.
재벌과 맞서 싸우는 정당,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정당을 내걸고 출범한 민주노동당은 12년 만에 노동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깃발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1895일 투쟁과 94일 단식농성을 벌였던 기륭전자 전 김소연 분회장이 말합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문제, 전체 민중의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려면 무엇보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절실합니다. 제 2의 희망버스와 거대한 비정규직 투쟁을 만들어가는 실천 과정에서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리해고의 상징인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의 상징인 현대차 비정규직과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 <참세상>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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