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문정현 신부.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준태 5.18기념재단 이사장)는 17일 오후 3시, '2012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문정현 신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0년 5.18기념재단이 제정한 '광주인권상'은 민주·인권·평화를 위해 공헌한 국내·외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자 결정문을 통해 "문정현 신부는 권력의 탄압이 사법살인으로 치닫던 1970년대의 개발독재 시대에서부터 1980년대의 군사정권을 거쳐 지금의 제주 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사제로서 부당한 국가권력에 저항하고 고통 받고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위로하는 동시에 생명과 평화운동을 온몸으로 전개하는 일관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자의 삶을 통해 우리는 부당한 권력에 대해 투쟁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과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며 "지난 4월 6일 제주 해군기지건설 반대투쟁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는 수상자에게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국내 개인으로는 두 번째로 광주인권상을 수상하게 된 문정현 신부는 '길 위의 신부'로 널리 알려진 성직자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문 신부는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결성을 주도하였고, 1975년에는 인혁당 사형수들의 사체를 빼돌리는 경찰 트럭을 막다가 치여 부상을 당했다. 문 신부는 그때 입은 부상으로 아직까지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다. 1976년에는 3․1구국선언 사건으로 구속되어 옥고를 치렀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치열하게 살았던 문 신부는 1986년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단식과 집회에 참여하고, 1999년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국민행동 상임대표로, 2000년 매향리 미군폭격장 폐쇄를 위한 대책위 상임공동대표로, 2003년에는 이라크파병반대, 2005·2006년에도 평택미군기지 확장반대를 위한 싸움에 나섰다.
특히 2009년 용산참사가 발생했을 당시엔 가장 먼저 달려가 유족들을 위로하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매일 추모미사를 올렸다. 지난 2011년 7월부터는 아예 거처를 제주도 강정마을로 옮겨 주민들과 함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신부는 지난 6일 예수 고난주간 행사를 치르다 해양경찰과 실랑이가 발생해 7미터 아래로 추락해 제주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문 신부는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전해 듣고 "민주·인권·평화의 5월 정신을 반영하는 이런 큰 상을 보잘 것 없는 제가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광주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문 신부가 '2012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책위원장은 "신부님은 인권이 유린되는 마을에 오셔서 몸소 인권유린의 피해자가 되시고 마을을 대신해서 숱한 평화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며 "신부님께서 광주인권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한국 사회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인권상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전 대통령(초대), 아웅산 수기 버마민족민주동맹 사무총장(2004년), 인도의 인권운동가 비나약 센(201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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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 '2012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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