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특성화고 3학년생의 상당수가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간 뒤 야간노동과 휴일노동에 시달리는 실태가 여전한 것으로 정부 자료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당 72시간의 현장실습을 받던 고교 3학년생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논란이 된 바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인 바 있다.
실습생 1주일 40시간 이상 노동도 46%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의 31.9%가 야간실습에 참여하며, 29.2%는 휴일실습에도 동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19일부터 2월 3일까지 전국 특성화고 실습생들을 대상으로 공식 조사한 결과다.
이 자료를 보면 1주일 40시간으로 규정된 실습시간을 초과해 실습하는 학생은 절반에 가까운 46.2%였고 하루 8시간 초과 실습생도 38.3%였다. 이 같은 실태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는 경제 관련 단체와 지난 17일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특성화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실습생의 노동자 권리 보장 방법 등을 놓고 정부와 교육시민단체가 줄다리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해 하루 7시간, 1주 2일의 휴무를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현장실습표준협약을 개정, 시행토록 했다. 또한, 현장실습생이 사실상 근로에 종사할 때,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토록 해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자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을 내놓은 고용노동부는 발표 3일이 흐른 20일까지도 '현장실습생들에 대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부여 여부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고용노동부 중견관리는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곧바로 노동 3권을 보장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검토하지 못했다"면서 "특별한 사례가 생겼을 때, 그때 가서 필요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교조 실업위원회는 "정부가 현장실습생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실효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경제계는 물론 노동단체가 함께 현장실습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해당 노동에 종사하는 실습생에 대해서는 노동 3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20일 낸 성명에서 "교과부의 단시간 취업률 제고 정책(2009년 17%, 2011년 23%, 2013년 60%)에 따라 특성화고가 취업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해당 정책을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실습생 권리 홀대한 <현장실습생 핸드북> 눈총
한편, 정부의 현장실습제 개선 대책에 맞춰 최근 고용노동부가 만든 <현장실습생 핸드북>이 학생의 권리보다는 의무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두 21쪽으로 되어 있는 이 책자 가운데 실습생의 권리에 관한 내용은 2쪽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내용은 대부분 의무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인사 예절, 복장 예절, 용모 예절 등이 7쪽에 이르렀다.
18쪽 '용모와 복장 예절'이란 항목에서 이 책자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옷차림과 용모'로 "잠잔 흔적이 남은 머리, 길게 자란 코털, 지저분한 손톱, 요란한 머리 모양" 등을 예로 들어놓기도 했다.
권기승 전교조 실업위원장은 "진짜 실습생에게 중요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법, 산업안전보건법은 부록으로 처리한 것을 보면 이 책자가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실습생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습득할 수 있게 관련법에 대한 세부적인 해석을 담아 책자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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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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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노동, 야간32% 휴일29%...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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