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유를 공수하라!" 섬마을 특급작전

충남 태안 가의도에 사상 첫 탱크로리 상륙... 주민들 "숙원 풀렸다"

등록 2012.04.24 14:31수정 2012.04.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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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가의도 난방유 공수 모습 4대의 탱크로리를 실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독수리호'가 가의도에 상륙하고 있다. 이날 난방유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는 가의도에 준비돼 있던 60개의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웠다.
사상 첫 가의도 난방유 공수 모습4대의 탱크로리를 실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독수리호'가 가의도에 상륙하고 있다. 이날 난방유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는 가의도에 준비돼 있던 60개의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웠다.근흥면 제공
▲ 사상 첫 가의도 난방유 공수 모습 4대의 탱크로리를 실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독수리호'가 가의도에 상륙하고 있다. 이날 난방유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는 가의도에 준비돼 있던 60개의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웠다. ⓒ 근흥면 제공

"면장님! 우리 가의도에는 혼자 사시는 고령의 노인분들이 많아 난방유 공급에 어려움이 많으유. 면장님께서 힘을 써주셔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난방유를 공급해줄 수 있다면 주민들이 원이 없겄네유."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유일한 유인도인 가의도에서 한글교사를 자처해 마을 노인들을 위해 무일푼 자원봉사로 문맹퇴치에 나선 이연식(62) 부녀회장이 지난달 13일 위문차 가의도를 방문한 신영철 근흥면장에게 건의했다. 당시 기자도 동행했지만 이 부녀회장의 건의는 주민들의 바람일 뿐 허무맹랑한,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의도 방문 후 한 달여가 지난 24일 오전 8시, 불가능하리라 생각됐던 섬마을 난방유 공수가 군사작전을 방불케할 만한 특급작전으로 펼쳐졌다. 특히, 이번 난방유 공수는 가의도에 주민들이 정착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특급작전으로, 쌍수 들고 환영하는 가의도 주민들과 대조적으로 이번 공수를 추진한 근흥면과 근흥농협 등의 기관들은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에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8시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 안흥시험장 내 전용부두. 가의도로 향하는 운송선(국방과학연구소 독수리호) 앞에는 1만2000리터에 이르는 난방유(등유)를 가득 실은 농협 탱크로리 4대가 승선을 준비하며 부둣가에 줄지어 섰다. 군사시설 내부여서 그런지, 사상 첫 시도여서 그런지 가의도의 난방유 공수는 마치 상륙작전을 펼치듯 긴박함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마침내 탱크로리를 가의도로 인도할 국과연 독수리호에 근흥농협주유소와 이번 공수를 위해 특별히 근흥농협 측의 적극적인 구애로 먼 길을 달려온 원북농협, 태안농협의 탱크로리가 배에 오르고, 이내 힘찬 경적을 울리며 가의도로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파도도 위험을 감수하며 가의도 주민들을 위한 난방유 공수에 힘을 합친 기관들의 정성에 감복했는지 가의도행 바닷길을 순탄하게 열어주었다.

 

30여 분의 항해를 마친 독수리호가 드디어 가의도 북쪽 선착장에 안전하게 정박했다. 이윽고 독수리호에서는 가의도 주민들이 그토록 숙원했던 난방유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가 가의도 뭍에 줄지어 상륙했다.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우고 있는 탱크로리 난방유 공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의도 주민들에게 이날 공수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그동안 어선을 이용해 소량의 난방유를 수송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1만2천리터에 이르는 대규모 공수에 당분간 주민들은 난방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우고 있는 탱크로리난방유 공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의도 주민들에게 이날 공수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그동안 어선을 이용해 소량의 난방유를 수송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1만2천리터에 이르는 대규모 공수에 당분간 주민들은 난방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근흥면 제공
▲ 드럼통에 난방유를 채우고 있는 탱크로리 난방유 공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의도 주민들에게 이날 공수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그동안 어선을 이용해 소량의 난방유를 수송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1만2천리터에 이르는 대규모 공수에 당분간 주민들은 난방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근흥면 제공

가의도에 도착한 탱크로리는 선착장에 준비되어 있던 60개의 드럼통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섬마을에 상륙한 탱크로리를 난생 처음 접한 가의도 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이번 공수에 앞장섰던 신영철 면장과 함정경 근흥농협조합장 등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가의도 난방유 공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영철 면장과 이수형 근흥면 주민계장은 "가의도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난방유 공수를 추진하게 됐지만 국과연과 근흥농협 등 기관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비예산으로 하려고 보니 더 어려움이 있었는데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번 공수에 적극 참여해준 기관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난방유 공수가 실제 현실로 실행되자 가의도 주민들은 숙원이 해결됐다며 연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신영철 면장의 가의도 방문시 이번 난방유 공수를 건의했던 이연식 가의도 부녀회장은 "면장 방문 시에 건의는 했지만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건의한 지 한 달만에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녀회장은 "가의도에는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많고, 그동안 어선을 통해 난방유를 공수했는데 어선들이 날이 좋으면 조업을 나가는 통에 난방유 공수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면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서 가의도의 숙원 하나를 해결한 거 같아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라며 "1년에 한 번씩만이라도 난방유를 공수해주면 가의도 주민들은 원이 없겠다"고 고마운 심정을 전했다.

 

한편, 사상 최초로 탱크로리까지 동원해 난방유 공수가 이루어진 섬마을 가의도에는 현재 48세대 7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의 50대를 제외하고는 평균 연령 75세 이상일 정도로 대부분의 주민이 노인이어서 난방유 공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가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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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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