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한우를 15년 키웠고, 형님 두 분도 한우를 키우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키우는 한우만 해도 250여 마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미FTA 완전폐기와 미국산 쇠고기 절대 수입 반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독불장군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는 재협상해야 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24개월령(현재 30개월령 이하) 이하와 광우병 위험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하는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그럴 마음도,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지난 25일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미국에서 광우병에 발생하자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이명박 정권도 노무현 정부 수순을 밟을 줄 알았습니다. 국민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생각을 했다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MB 관료들, 미국 관료 같아
하지만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은 26일 "현재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볼 때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미국 농림부 논평입니다.
심지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부분이니 보도를 조심해야 한다"며 "괜히 '인터넷 괴담' 퍼뜨리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오히려 이를 보도하는 언론과 지적하는 누리꾼들에게 괴담을 퍼뜨리지 말라며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이런 가운데 '뼛속까지 친미'이자 '한미FTA전도사'로 불리는 김종훈 새누리당 당선자(서울 강남을)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30개월 이상 된 젖소는 인간의 소비에 제공되지 않는다"며 "우리 건강권까지 침해됐다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가는 것 아니겠냐"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말 한심합니다. 김 당선자가 '뼛속까지 친미'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의 녹을 먹었던 관료였다면 "우리 건강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검역중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맞습니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로부터 우리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김종훈, 대한민국 국회의원 당선자가 아니라 미국 축산업체와 농민 대변자
그런데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30개월령 이상 젖소는 사람에게 소비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관료 출신이 아니라 미국 관료에 더 가깝다고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발언을 언론관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당선자가 아니라 미국 축산업체와 농민들을 대변하는 미국 의원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에 위협이 있다면 당연히 조치해야죠. 상대편의 상황이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상황인지 판단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한 마리가 젖소고 소비자의 푸드 체인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걸 바다 건너 우리 국민의 건강권까지 침해됐다는 판단은 너무 많이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마이뉴스> 김종훈 "건강권 침해? 광우병 젖소 한마리인데..."
"상대편의 상황", "한 마리가 젖소", "먹은 사람이 없다"는 말 역시 미국 농림부 관계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것 같습니다. 젖소 한 마리가 수많은 생명을 해할 수 있음을 정말 모르는 것입니까. 그 한 마리가 김종훈 당선자 밥상에 오른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먹은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 농림부 발표일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광우병 검사 0.1%... 미국 광우병은 '발생'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
더군다나 미국은 광우병 확인을 위해 전수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1년에 3400만 마리의 소를 도축합니다. 이 중 약 4만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합니다. 약 0.1%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미국 젖소 광우병은 '발생'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검사에 걸리지 않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로 둔갑해 도축되고, 우리나라에 수출되었을 수도 있음을 '의심'하는 것이 국민건강권을 책임진 정부 역할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이라면 미국 정부에 광우병 검사를 늘리라고 촉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김 당선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종훈 당선자가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가 개방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건강권은 외면하고, 오히려 미국 국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개방론자라고 국익이 우선입니다. 이는 미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철저히 자국의 이익입니다.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안전하다'며 해명하는 이유는 미국 농민들과 축산업체 이익을 위함입니다.
그런데 김종훈 당선자는 단 한 번도 농민 편에 서 본 적이 없습니다. 김 당선자가 그동안 농민과 농업에 대한 발언 중 잊을 수 없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업의) 생산성은 많이 떨어진다. 다방농민이라는 말이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지리적, 역사적인 배경으로 공업화 진전이 많이 안 됐기 때문에 개도국들이 팔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열대과일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에 오지 않았냐는 게 나의 솔직한 고백"-2010.12.13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추가협상과 한국의 성장전략'이라는 제목의 조찬 세미나
'다방농민' 운운하는 김 당선자와 미 쇠고기 광우병이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서용규 농림장관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정말 미국 농림부가 광우병이 발생해도 자국 축산농민 보호를 위해 온 힘을 다 쏟고 있는 것이 부럽습니다. 분명합니다.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농업과 농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당선자와 서 장관처럼 농민과 국민건강권보다는 미국 눈치 보기를 넘어 오히려 대변자처럼 행사하는 관료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선진국 중 그 어느 나라도 자국 농업과 농민을 대한민국처럼 '다방농민', "한계에 오지 않았나"라는 농업 포기에 가까운 괘변을 늘어놓는 관료는 없습니다.
광우병 자연의 거룩함 저버린 죗값
김종훈 당선자에게 화나는 진짜 이유입니다. 농업과 농민을 무시하면서 선진국로 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습니다. 농업과 농민이 왜 중요한지 그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땀 흘린 만큼 자연은 줍니다. 땅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땅을 버리면 죽음만 있을 뿐입니다.
광우병은 바로 이 자연의 거룩함을 인간의 탐욕이 저버렸기 때문에 온 재앙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재앙 앞에 오히려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이들을 보면서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광우병 자연의 거룩함 저버린 죗값을 얼마나 더 감당해야 반성할지 참 통탄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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