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때문에 합격 하루 만에 K출판사로부터 해고당했던 정혜정(가명)씨. 그는 평범한 20대를 위한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소희
대학 6년 동안 지식과 추억을 쌓았다. 그에 비례해 빚도 차곡차곡 쌓였다. 약 3000만 원.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고, 입학하자마자 학원 강사로 일했다. 빨리 직장을 얻어야 했다.
정혜정(가명, 25, 서울시 동대문구)씨는 지난 18일 K출판사로부터 "합격했으니 5월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이 모든 게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희망에 부풀었다. 출판·편집 쪽 경력이 없는데도 합격했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 '출판사 편집자로 취직하게 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어느 출판사인지 여쭤 봐도??' 'K출판사예요. 예전에 ○○○이랑 ○○○, ○○○ 같은 책 나왔던.'유명 서적도 여러 권 펴낸 진보 성향 출판사였다. 출판학교나 문화센터의 교육과정을 수료하지 않고 혼자 1년쯤 준비한 끝에 일군 성과라 자랑스럽기도 했다. 좋은 소식을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튿날 '해고' 통보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19일 오후 5시쯤 혜정씨는 '메일을 확인해 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회사였다. 메일함에는 '채용을 취소한다'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이 채용을 취소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K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다시 생각해 봐 달라"고 부탁한 뒤 1시간 후 또 연락했다. 한 번 더 부탁했다. "마음을 바꿔주실 수 없냐?"고 물었다. 대답은 똑같았다.
트위터 때문에 합격 하루 만에 취소... '채용이유=해고사유'?자신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면접 당시에는 '녹색당원이고 생태주의 관련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더니 '생태주의·페미니즘에 관심 많고, 소신이 뚜렷하다'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지식과 경력이 부족한 자신이 합격한 이유가 '평소 생각'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 '평소 생각'이 하루 만에 '해고사유'가 됐다.
황당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지인에게 하소연했다. 쌍용차 등 해고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아 노동법을 잘 아는 그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부터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데다 구두계약만 해도 고용자-피고용자 관계가 성립하는데 다음날 취소하는 것은 해고"라고 했다. 지인은 정씨가 K출판사 합격으로 일하던 학원을 그만 둔 것도 보상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날 사측과 논의하고자 그와 출판사를 방문했다. '나가라'는 말만 듣고 돌아섰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출판업계 고질병이었다. 알아 보니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며 채용이 곧바로 취소된 사람도 있었고, 종교 문제로 출근 다음날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문제의식에 공감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20일 정씨는 트위터에 'K출판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블로그도 새로 만들어 이번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루 만에 300명 넘는 사람이 그의 글을 리트윗했다. 1만 명 가량이 블로그를 방문해 관심을 보였다. 서너 명 정도 '힘내세요' 응원해 주고 끝나겠지 예상했는데, 크게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