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폐기 철도부지 340억에 사라? 어이 없다

[주장] 마산 임항선 폐선부지 무상양도가 바람직하다

등록 2012.05.01 17:45수정 2012.05.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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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 지역에는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오래된 철길이 있습니다. 개통 후 80년을 훌쩍 넘긴 이 오래된 철도는 지난해 연말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오늘은 마산의 임항선 폐선과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매각 계획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철길이라는 뜻으로 임항선이라고 부르는 이 철길은 1923년에 처음 경남선으로 개통되었습니다.

옛마산역을 출발하여 북마산, 중리, 산인, 함안, 군북, 진주, 하동을 거쳐 전남 목포까지 이어지는 경남선, 1905년에 먼저 개통된 경남선과 합쳐져서 지금의 경전선 철도가 되었습니다.

1900년 대 초 마산은 시가지를 거쳐서 바닷가까지 철로가 이어지면서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그리고 전남 목포까지 이어지는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가 되었으며 본격적인 근대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반 서민들은 철도를 이용함으로써 비로소 시간에 맞춰서 사는 근대적 삶을 경험하게 되었고, 근대 문화와 산업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임항선, 80년 역사의 발자취> 자료집 표지
<임항선, 80년 역사의 발자취> 자료집 표지이윤기

그러나 1970년 대, 수출자유지역과 한일합섬 등이 마산에 들어서고 도시가 확대 팽창되고 인구가 증가하자, 한 때 근대도시 마산의 성장을 추동하였던 철도가 오히려 도시 발전의 장애물로 전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1977년 현재의 마산역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구 시가지에 있던 북마산역, 마산역, 신마산역이 통합되었고,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1905년에 만들어진 마산선이 폐선 되어 현재의 6호광장을 지나는 중앙간선도로인 315대로가 되었습니다.


한편, 북마산을 가로질러 신마산 항구까지 연결되는 임항선은 작년까지 일 년에 50여차례 화물운송이 이루어졌지만, 사실상 폐선상태에서 도시발전을 가로막고 마산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기는 애물단지로 남아있었습니다.

옛마산시는 임항선 철길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2010년부터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를 시작하여, 일부구간을 공원과 산책코스로 조성하였으며 지금도 잔여구간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 지난해 12월 5일 철도산업위원회에서 임항선 6km 구간을 폐선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앞으로 더 이상 기차를 운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산의 도시발전을과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마산시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도시 발전을 가로막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 이 철도가 이제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뜻하지 않은 복병이 등장하였습니다.

 기차레일로 만든 임항선 철길 위 육교
기차레일로 만든 임항선 철길 위 육교이윤기

임항선의 폐선이 확정되자 법적 소유자인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창원시에 부지 사용료를 지불하든지 아니면 부지를 매입하라고 요구하였다는 것입니다. 2011년에 개정된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불가피한 사안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창원시가 사용료를 지불하든지 아니면 340억 원을 내고 사가라고 제안하였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임항선 폐선과 새로운 활용 방안 마련을 주장하였던 시민단체와 마산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임항선 철도부지 13만 2천여 평방미터가 법적으로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명의로 등기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임항선 철길은 지난 90년 간 마산시민들의 공유자산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이 철길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물류운송 등을 통하여 매년 수익을 얻었지만, 마산시민들과 철길 주변 주민들은 이 철길로 인하여 적지 않은 피해와 불편을 감수하였습니다.

옛 마산시와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90여년 가까이 철도를 운행해놓고, 이제 철도로서 기능을 잃게 되자 그 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땅장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제 기차도 운행할 수 없는 못 쓰는 땅(경제성이 없는 땅)을 340억이나 받고 팔겠다는 것이지요(과거 일제 치하에서 이 철도가 만들어질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토지를 수용하였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유재산법이 어떤 내용으로 개정되었더라도, 시민의 양심과 상식으로 볼 때 임항선 철도  폐선 부지를 돈을 받고 팔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이런 역사적 배경과 마산시민들이 겪었던 불편과 피해를 심분 감안하여 무상양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철도가 모두 국유철도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보면 결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땅장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지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법을 고쳐서라도 반드시 무상양도가 되도록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임항선 #폐선부지 #폐선 #그린웨이 #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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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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