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음산 둥글레꽃.
이명화
몸을 낮추고 시선을 낮춰야 보이는 야생화들. 발밑을 살피며 걷는다. 행여 함부로 내딛는 내 발에 채여 상할까 밟힐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나무들, 그 연한 잎새들은 꽃처럼 싱그럽다. 헨리 소로우는 <소로우의 일기>에서 "자연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하나님의 모습"이라고 했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냇물, 새, 흔들리는 나무…" 그 모든 것이.
이제 안부가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다 빛과는 또 다른 옥빛 바다가 전개된다. 완만한 능선 길 이어지다가 오르막길, 저만치 산불초소가 보인다. 바다 빛은 맑다. 산불초소 앞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걷는 길, 파란 철 계단을 타고 오르고 바윗길을 지나 달음산 정상에 올랐다.
달음산(해발587m)은 기장의 제 1경이다. 이 산은 금련산맥이 시작되는 곳으로 산지가 낮고 산지의 경사도가 완만한 맥을 이루어 일광산, 장산, 황령산을 지나 영도 봉래산까지 해안 산맥으로 이어진다. 달음산 정상 바위 취봉을 무제바위라 부른다. 무제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선 부산, 울산까지 멀리 조망되어 조망이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