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도 남망산 산길에서 만난 이른바 십이지간나무. 나무의 가지가 열두 갈래로 뻗어 그리 이름 붙였다.
이돈삼
지난 4월 24일. 2코스의 출발점인 여미주차장에 섰다. 호흡을 가다듬고 산길로 접어든다. 숲이 울창하다. 숲의 나무도 뭍에서 보았던 평범한 게 아니다. 색다르다. 활엽수가 주종이다. 친절하게 나무마다 이름표도 붙여 놓았다.
구실잣밤나무, 굴피나무, 소사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노린재나무, 다정큼나무, 노간주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육박나무, 생강나무, 보리장나무, 회잎나무…. 이름부터 생소하다. 천연기념물에 견줄만한 것들이다.
나무 아래로 들꽃도 지천이다. 마삭줄, 무늬지리대사초, 자금우, 노루발풀, 우산나물, 산골무꽃, 남산제비꽃, 애기나리, 홀아비꽃대, 둥굴레, 개별꽃, 현호색, 괭이밥, 용담꽃, 산자고, 노루귀꽃, 광대나물…. 산길이 보기 드문 난대림 학습장이고 야생화 체험학습장이다. 작은 산인데도 마치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숲과 풀꽃에 눈 맞추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귓전을 울리는 새소리도 상쾌하다. 바람결도 달콤하다. 처얼썩 처얼썩 쏴아아아 정겨운 파도소리도 동행한다. 산길도 푹신푹신하다. 섬에 있는 보통의 산들과 달리 흙산이다. 흡사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보드랍다. 아이들 손잡고 걷기에도 맞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