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은덕이 마치 어머니의 그것처럼 가없다.
이안수
먼 여행길에서 만나는 빈 의자는 참 각별하다.
지친 몸을 무조건 받아주는 의자의 은덕이 마치 어머니의 그것처럼 가없다.
그 의자에 앉아서 앞서 이 의자에 앉았을 사람들의 모습들을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뜨거운 연인, 잔잔한 노부부, 짝사랑 중인 소녀, 향수에 젖은 여행자...
나는 그 의자위에서 특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사연을 상상하기를 즐긴다.
새벽 안개 속 공원의 빈 의자는 마치 사유중인 철학자 같아서 앉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빈 의자와 그 의자가 향한 먼 산과 지평선, 먼 바다와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무엇보다도 빈 의자는 나를 선하게 한다. 내가 세상에서 지친 누군가의 의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는 결심이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