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의 통의동 땅, 청와대가 구해줬나?

[진단] '경호 어렵다' 마찰 뒤 서울시→청와대→홍석현 2단계 교환

등록 2012.05.08 21:10수정 2012.05.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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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재단 건물 신축 현장.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재단 건물 신축 현장. ⓒ 안홍기


청와대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해 땅을 맞교환한 거래에서 경호처가 늑장대응하는 바람에 사실상 홍 회장이 수십억원어치 이득을 봤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홍 회장에게 건네진 통의동 땅의 청와대 입수 과정도 석연치 않다. 청와대가 홍 회장과의 거래를 위해 일부러 서울시 소유의 땅을 교환형식으로 인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2011년 2월 홍 회장 소유의 삼청장과 청와대 소유의 통의동·청운동 땅은 교환 형식으로 거래됐다.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홍 회장이 삼청장(대지+가옥 1544㎡)에 8260만원을 얹어 청와대에 줬고, 청와대는 통의동 땅(대지 613㎡)과 청운동(대지 및 임야 1488㎡)을 홍 회장에게 줬다. 총 97억2310만원 어치 거래였다.

청와대와 중앙일보 측은 이 땅 교환이 일어난 이유를 "경호 목적상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이 삼청장을 산 뒤 리모델링 해 한식·한복 등 전통문화 보존사업을 하고 있는 아름지기재단이 활용토록 할 계획이었지만, 청와대 바로 옆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시설이 들어서면 대통령 경호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판단한 경호처가 땅 맞교환을 추진한 것이다.

2009년 2월에 42억원을 들여 삼청장을 산 홍 회장이 불과 2년만에 97억2310만원 어치의 땅을 대신 받았으니 수십억원 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통의동 땅이 결국 홍 회장으로 넘어간 과정과 시점을 보면, 마치 홍 회장과의 거래를 위해 통의동 땅이 국가 소유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만 하다.

서울시 소유였던 통의동 땅, '삼청장 경호문제' 불거진 뒤 국가 소유로

현재 이 통의동 땅에선 아름지기재단 건물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경복궁 서편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곳이다. 사적에 바로 붙어있고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해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공익재단으로선 최적의 입지로 볼 수 있다.

이 통의동 땅은 본래 서울특별시 소유였는데 지난 2010년 6월 대통령실이 관리하는 국가 소유 땅으로 바뀌었다. 홍 회장과의 땅 거래와 마찬가지로 이 때의 거래도 '교환'이었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던 통의동 땅과 국가 소유(청와대 경호처 관리)의 신월동 267번지 일대 8개 필지(6992㎡)가 교환됐다. 서울시가 갖고 있던 통의동 땅이 2번의 교환 과정을 통해 청와대를 거쳐 홍 회장의 소유로 바뀐 것이다.


이 거래가 이뤄진 시점을 보면 더욱 석연치 않다. <중앙일보> 7일자 보도에 따르면 홍 회장이 종로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청와대 경호처가 '다중 이용 시설은 경호에 어려움을 준다'고 난색을 표하고 나선 시점이 2009년 9월이다. 그 뒤인 2010년 6월 청와대는 서울시와 교환으로 통의동 땅을 확보했고, 2011년 2월 홍 회장과의 교환으로 통의동 땅이 홍 회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삼청장 경호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청와대가 이미 갖고 있던 땅을 홍 회장과 교환한 게 아니라, 문제 발생 뒤 청와대가 통의동 땅을 확보했고, 이 땅을 홍 회장과의 교환거래에 쓴 것이다.


청와대-서울시 교환거래가 청와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2단계 교환 거래'의 의혹을 뒷받침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청와대가 서울시 소유 통의동 땅을 경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환을 제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서울시 교환거래에 동원된 신월동 땅도 본래는 청와대가 관리하던 곳은 아니었다. 신월동 8개 필지를 포함한 주변 필지들은 2001년 6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매입해 국가소유가 됐고, 그 관리는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맡았다. 그러나 서울시 소유의 통의동 땅과 교환된 8개 필지만 2010년 3월 국토해양부에서 청와대(대통령실)로 바뀌었고, 나머지 필지들은 관리부서가 여전히 국토해양부로 돼 있다.

시간 순으로 보면, '삼청장 경호 문제' 발생 6개월 뒤 청와대가 신월동 8개 필지의 관리청을 대통령실로 변경한다. 다시 3개월 뒤 이 땅은 서울시 소유의 통의동 땅으로 교환되고, 8개월 뒤 이 땅은 청와대-홍석현 거래를 통해 홍 회장의 땅이 되는 순서다.

서울시 "신월동 땅 필요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먼저 제안"

아름지기재단 공사가 시작되기 전 이 통의동 땅은 건물이 없고 담장만 둘러쳐진 나대지였다. 인근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땅은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촛불 시위가 격화되던 시점부터 경찰이 점유한 상태였다고 한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배치된 경찰기동대가 버스를 세워두는 장소였다는 것.

서울시 소유였던 상황에서도 통의동 땅이 대통령 경호목적으로 경찰이 자유롭게 이용하던 곳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청와대가 '경호 목적'을 앞세워 이 땅을 확보하려 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청와대와 서울시가 통의동 땅과 신월동 땅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가 잘 맞아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통의동 땅이 원래 경찰이 어차피 점유를 했던 땅이고, 마침 서서울호수공원의 미관상 문제로 서울시가 신월동 땅을 필요로 한 상태였다. 시에서 신월동 땅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니, 시에서는 맞교환에 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회장과의 땅 교환을 위해 통의동 땅을 서울시와 교환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일방적인 추측일 뿐인 것 같다"고 일축하면서 "원래 서울시에서 신월동 땅을 많이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지자체 간에는 서로 요구가 맞으면 얼마든지 교환 거래가 가능하고, (통의동-신월동 땅 교환도) 서로 수요가 맞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지기 #홍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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