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째 폐지를 모으며 살아가는 김선녀(67, 가명) 씨를 어버이날인 8일 만났다. 그녀는 경로잔치나 효도관광 대신 이날도 열심히 자신의 구역을 관리(?)하고 있었다.
하병주
평소 폐지와 빈병 등을 모아 고물상에 파는 일을 하는 김선녀(67, 가명, 경남 사천시 벌리동)씨는 8일, 어버이날에도 학교 매점과 상가 등을 누볐다. '오늘은 어디서 횡재(?)가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
김씨가 잠시 쉬는 틈을 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사천네트워크'의 이주향 팀장이 함께했기에 인터뷰가 쉬웠다. '사천네트워크'는 도움을 주려는 이와 도움이 필요한 이를 연결시키는 일을 하는 지역 단체다.
"남들은 경로잔치나 효도관광 간다고 야단인데, 어디 놀러 안 가세요?" '누구 염장 지르나?' 이런 답변이 돌아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조금 의외였다.
"내 복에 효도관광은 무슨.(침묵) 그래도 내가 하는 기 아무것도 아인 것 같지만 이것도 약속인 기라. 치워야 할 게 있는 사람들은 내가 안 오모 더 답답해 해. 우짜다 맘이라도 틀어지면 내는 일거리를 놓치삐는 기지."
자신의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일감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씨의 불안감은 오랜 경험의 산물일 테다. 그녀가 대표적인 경험 한 가지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