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KBS 방송대학'에 참석한 언론인 지망생들이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연준
이혜원(가명, 이하 이) : 여성. 드라마 PD 지망.
김민수(가명, 이하 김) : 남성. 취재기자 지망.
최지연(가명, 이하 최) : 여성. 아나운서 지망.
- 왜 언론인이 되고 싶나? 이 :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건강한 사고를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따뜻함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자가 되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더라. 그러던 중 우연히 뮤지컬 공연을 하게 되었다. 뮤지컬을 준비하는 중에 무엇인가 기획하고 실행을 하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때 느꼈다. 아이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세상의 따뜻함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마 PD가 되어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김 : 세상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일반인으로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직접 발로 뛰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현장을 찾아내고 그곳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최 : 어려서부터 꿈이 아나운서라서 학교를 다닐 때도 방송부 활동을 했다. 사람들 중에는 TV가 세상을 바라보는 전부인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보여주고 싶었다.
- 오늘 KBS 방송대학이 있었다. 프로그램은 어땠나? 이 : 특별한 것을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파업현장에 직접 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왔다. 서수민 PD는 워낙 말을 잘하는 데다가 긍정적인 아우라가 있었던 것 같다. 지원 분야 별로 입사 설명을 할 때는 (설명해 줄 드라마 PD가) 한 분 밖에 없었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줘서 힘을 많이 받았다.
김 : 아무래도 파업 현장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는데 PD들이 강연하면서 주로 실무적인 이야기만 하고 파업 이야기는 없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최근 입사자들이 언론사 준비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 것은 좋았다.
최 : 같은 말이라도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보다 직접 현직에 있는 사람의 한마디가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제 순서가 좀 늦어져 뒤에 있었는데 설명해 주신 분이 끝까지 친절하게 잘 해주셨다.
- 언론사 파업이 한창이다.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 : 개인적으로 파업을 축제 같은 분위기로 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심각하게만 하는 것보다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파업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뭔가 과격하고 그렇지 않나. 노조원들이 홍보하는 데 많이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볼 때에도 눈에 띄는 사람들이라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제대로 뉴스데스크> <리셋 KBS 뉴스9> 같은 프로그램이 다행히 늦게나마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 같긴 한데, 나중에 회사로 돌아가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김 : 지난 2년간 잘 있다가 왜 이제 와서 파업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이미 오랫동안 파업 중인) 학습지교사나 대형마트 비정규직 이런 분들은 사실 파업할 여력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언론사 파업을 보면 '예전에 너희들이 우리말 하나도 안 들어 줬어' 그런 생각을 할 거다. 그런 사람들과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최 : 저 역시 '파업'하면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다. 축제 같은 파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이들 중에 예능이나 드라마를 만들던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반면, 그런 부분에서 절박함이 덜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일반인들 중에는 뭔가 떨어지는 게 있어서 파업한다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좀 더 절박함이 필요하다.
"파업 접고 방송 복귀... 언론인으로서는 결격 사유" - 최근 몇몇 노조원이 파업을 접고 방송에 복귀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 : <1박2일> 같은 경우는 연세 있으신 분들이 시청자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파업을 오래하는 데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능이라는 부분은 정치색이 크게 드러나는 장르도 아니고... 또 한 사람의 PD에게는 노조원이 아닌 많은 스태프들, 이를테면 작가, 외주 인력들이 함께한다. 파업하면 그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는 거니까. 사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파업의 희생양 아닌가. 그런 고민도 있을 거라 본다.
김 :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제가 그 상황이었어도 더 좋은 기회나 커리어를 더 쌓을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부채 의식, 동료들에 대한 동지 의식이 있어야 한다.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는 결격 사유라고 생각한다. 파업을 접었던 사람이 이후에 잘 된다면 '괜히 공정방송을 외칠 필요가 없구나'하는 인식을 후배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최 : 한 아나운서의 복귀 이유를 듣고 한편으로는 슬퍼졌다. 떠밀려서 파업을 했다는 식의 뉘앙스였는데 그런 글을 보며 실망스러웠다. 나중에 그런 사람들이 잘 돼서 열심히 다른 투쟁한 사람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경우,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 그런 인식이 확산 되는 게 두렵다.
- 자신이 현직 언론인이었다면 파업에 동참했을 것 같나. 이 : 어떤 선택을 하건 누군가에게는 미안할 것 같다. 그게 시청자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그래서 파업을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일부를 서비스한다든가 하는.
김 : 기본적으로 파업에 참여할 거다. 저는 단체(조직)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면,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을 배려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 : 저도 참여할 것이다. 생활인으로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언론인은 직업적인 소명의식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언론인이 가진 소명의식이라고 생각한다.
- KBS는 현재 공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 작년에나 재작년에 뽑힌 사람들도 파업하고 있는데, 뭐. 아마 올해 뽑히는 사람도 심적으로는 파업에 동의하고 있을 거다.
김 : 저는 약간 우려가 된다. 채용을 하다 보면 경영진이 자신들에게 가까운 사람들을 뽑지 않을까? 이를테면 사상검증을 통해서 말이다.
"면접에서 '파업 찬성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