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식 텃밭은 칸막이를 세워 두둑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데, 함께 보존되는 미생물이 흙의 질을 높여준다.
안형준
토종연구소를 둘러싸고 있는 논과 밭은 약 3.3ha(1만 평)로 감자, 콩, 수수, 조, 토마토 등 10여 가지 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 농산물은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퇴비와 지렁이 배설물로 만들어진 분변토 등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흙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친환경 농자재다.
"퇴비는 파종하기 최소 일주일 전 흙에 뿌려 섞어줘야 해요. 물론 농지 상태에 따라 양을 달리해야 하고요. 너무 많은 퇴비는 '토양비만'을 일으켜 농작물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퇴비가 만들어지는 발효실에 들어간 학생들은 처음 보는 현장이 신기한 듯 질문을 쏟아냈다. 양호근(29)씨는 퇴비를 손으로 한 움큼 쥐고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기도 했다. 볏짚과 닭똥을 이용해 만든 퇴비, 고추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와 쌀겨를 섞어 만든 퇴비까지 갖가지 퇴비가 발효되고 있었다. 흙살림 이샛별(27) 간사는 퇴비의 용도와 사용법을 설명했다. 쇠스랑으로 분변토를 파헤치자 수많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린다.
양묘장의 모판에는 갖가지 토종벼들이 자라고 있었다. 지금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라면서 다른 모양과 색깔 등을 띄게 된다고 한다. 종자에 따라 벼 이삭이 검은색, 누런색, 붉은색을 띄어 우리가 생각하는 황금들판과는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고. 그밖에도 감자, 상추, 고추, 토마토, 브로콜리 등 다양한 작물이 모종 상태로 재배되고 있었다.
직영농장에서는 농약을 쓰지 않고 진딧물 같은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원길식(48) 농장장은 진딧벌을 이용한 '천적농법'에 대해 설명했다.
"보리잎은 진딧물이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진딧물이 많이 꼬이는 작물을 재배할 때는 보리 모종에 진딧물을 투입해 키우고 적당한 때 보리 모종을 작물 근처에 둡니다. 그런 뒤 진딧벌을 넣으면 살이 오른 보리 속 진딧물을 잡아먹고 먹이가 떨어지면 재배 작물에 있는 진딧물까지 잡아먹습니다. 농약 없이도 제거할 수 있는 것이죠."그는 귀촌 후 농사에 실패하고 흙살림에 찾아와 유기농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며 일하고 있다. 그는 쿠바식 유기농 텃밭도 보여줬다. 1m쯤 되는 너비의 긴 텃밭은 굵은 각목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쿠바식 유기농의 핵심은 '혼작'이다. 파를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사이에 한 줄씩 심어 파에서 나오는 독한 향으로 병충해의 접근을 막는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도시에서도 유기농 텃밭을 만들 수 있단다.
농부의 정성이 묻어나는 밥 한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