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한국에 발을 딛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행위를 해야 한다. '먹어야만 산다'는 냉엄하고 명징한 진실을 거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그를 위해선 시장 안으로 뛰어들어 노동력을 제공하든 상행위를 하든 재화를 취득하기 위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이 단순히 먹기만 위해 경제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잘 먹고, 보다 더 좋은 옷을 사기를 원하고 되도록 안락한 쉼터를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즉 기왕이면 타인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경제에 대해 충분하고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달려들거나 '하다보면 알게 되겠지'하는 안일함에 빠지기 쉽다. <시장! 믿어도 되나요?>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쓰인 경제학 원론서다. 시대의 추세를 따라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시장경제는 누구라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시장경제'에서는 시장의 가장 기초에 대해 풀이되어있다. 저자는 거래와 교환이 발생하는 시장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종합적으로는 개인과 가정, 기업의 생산 활동이 소비활동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강강술래'라고 설명한다.
2부 '경제형평성'에서는 분배정의가 일어나지 못하는 현상에 집중한다. 공평, 공정, 타당의 뜻을 지닌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아 사회적 빈곤이 발생하기에 정부가 이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를 위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부적절한 소득에 대해서는 제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아프거나, 부모가 없는 어린이, 소득이 없는 노인 등 빈곤층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경제적 약자인 저소득층에까지 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경제 안에서는 누구라도 빈곤층이나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부 '불완전시장'에서는 시장경제의 약점을 집어낸다. 무엇보다 독과점이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는 경제적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이는 현실의 시장이 불완전한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지만, 정치인의 득표 극대화 행동, 공무원의 자기이익 추구나 유인책 부족, 각종 이해단체의 로비, 정치적 배려 등이 더해지며 소기의 성과를 내기 힘든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 저자는 이 경우 정부의 노력만 바라보고 있기 보다는 국민이 참여 거버넌스를 통해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고 한다.
국가재원을 삶의 질 향상에 쓰는 것이 곧 시장경제의 부흥
4부 '경제너울'에서는 경제침체나 확장과 같은 경제정책 변동이 결코 예측가능하지 않고 바닷가의 너울과 같이 불규칙한 주기로 반복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물가상승과 실업 등도 규칙적이지 않은 주기로 찾아오고, 이는 마치 시기를 정해놓고 찾아오지 않는 감기와 같다고 바라본다.
문제는 실업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여러 파장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를 위해 경제성장으로 이룬 재원을 빈곤해결, 건강과 교육의 질 향상, 환경개선 등에 투자해야 하고, 이를 시장에서 생산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5부 '교역, 자본이동'에서는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수입 비중이 각각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그 비중이 높아 국제무역이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걸 상기시킨다.
물론 국가 간 문을 열고 자산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열린 경제의 장점이지만, 과다하게 자본을 빌릴 경우 부채상환 문제가 발생 국가경제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우리경제는 국제금융시장과 긴밀히 연계되어 국제시장의 변화가 우리경제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는 과거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는 것.
책의 저자인 김종구 박사는 학생운동으로 서울 법대를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제학자다. 통계청 전문위원을 거쳐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으로도 활동했고, 전 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이다.
보다 두루 읽힐 수 있는 경제학 서적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그간 여러 대학과 기업에서 강의한 생활경제 내용 중 관념적이거나 다소 추상적인 경제원론, 현학적 표현 등을 덜어냈다고 한다.
대신 대중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경제 뉴스 등을 이용,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본문을 따라 가다보면 삶의 질 향상이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특이한 점은 책의 각 장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를 실었다는 것. 저자는 200년 전 김홍도가 담아낸 백성들 삶의 모습이 지극히 서민적이면서 은유적이었던 점에 주목. 오늘날 시장경제 아래 삶의 모습에 견주어 보게 된다고 밝혔다.
시장! 믿어도 되나요?
김종구 지음,
나무농장,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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