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있는 동공원을 추천한다.
동공원은 창룡문 앞에 있는 작은 동산과 같은 공원이다. 정상에 오르면 한 무더기의 바위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바위무더기가 남편 바위인 일명 할애비(할아비) 바위다. 그 앞 안내판에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부부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옛날 이 근처에 금슬은 좋으나 자식이 없던 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식을 얻기 위해 부인은 조원동 바위위에서, 남편은 연무동 바위위에서 퉁소를 불면서 백일기도를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치성을 드리다가 병이 난 부인이 남편의 퉁소소리에도 화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걱정은 되었지만 백일기도를 마치고 아내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으며 남편도 얼마 후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로 바람이 불면 이 부부가 퉁소를 불던 바위에서 퉁소 소리와 같은 울림이 있다고 합니다.'
할애비 바위 앞 안내판에서 부연 설명한 할미바위는, 연무동 할애비 바위와 수원천을 사이에 두고 약 300m 건너편, 조원동에 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양새로 자리하고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자식을 얻기 위해 백일기도를 드리다가 부인이 병을 얻어 죽게 되고 남편도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어느 지역이나 있는 좀 흔한 얘기 아냐? 라고 하면서 발길을 돌린다면 그 너머의 속 깊은 얘기를 마음으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먼저, 다 아는 얘기지만 옛날에는 부부 금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식이 없다는 것은 큰 흠으로, 주위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칠거지악 중 하나라 해서 여자가 시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점에서 퉁소바위가 얘기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의미는 '할애비(할아비), 할미'라는 명칭 속에 숨어있다. 그리고 자식의 소중함과 가족애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으며 부부의 연이란 것은 한쪽이 세상을 달리하면 곧이어 다른 한쪽도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아름다운 부부의 연임을 말해주고 있다.
첫째,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위의 입방아와 흠을 사랑 하나로 이겨내면서 할아비와 할미가 될 때까지 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는 점은 이혼이 보편화된 오늘날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얘기가 만들어지던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부부애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둘째로, 그들이 이미 자식을 가실 수 있는 나이가 지나버린 할아비, 할미였음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원했던 점은 자식에 대한 소중함 이전에 부부애가 컸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죽음을 앞둔 나이에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상대를 보살펴 줄 자식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고 또 모두가 죽은 후에 제사를 지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부할지 모르지만 부부 중에서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어 함께 따라가는 것이 부부의 연임을 강조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21일 부부의 날, 부부가 손을 잡고 올라가 퉁소바위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권유한다.
정상부근에는 숲이 있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도 돼 있으며 편안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돼 있다. 공원을 오르는 입구에는 약수터와 화장실도 마련돼 있어 가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연무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이런 전설을 바탕으로 부부애를 다지고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이곳에서 '제1회 연무동 퉁소바위축제'를 열었다. 이때 지역주민 중 70세 이상이며 금실이 좋다고 알려진 김성태, 문옥봉 부부를 '퉁소바위부부'라 칭하고 전통혼례를 치러줬으며 입구에는 퉁소바위 부부솟대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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