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성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유종일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징계를 추진하면서, 정치적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유 교수는 지난해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지내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특히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꺼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KDI 등에 따르면, 국제정책대학원은 지난달 중순 유 교수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위원장 유윤하)를 열었다. 징계 이유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유 교수가 학교 쪽의 사전 승인없이 정당활동 등을 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가 민주통합당 전주 덕진구 국회의원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의 '9988 응원단' 유세활동으로 학교를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것. 학교 쪽은 또 총장의 사전 승인 없이 신문기고를 비롯해 방송출연 등 대외활동을 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총선 출마하기 전에 학교 쪽에 휴직신청을 냈고, 인사위원회 승인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인사위 승인까지 난 휴직신청을 현오석 KDI 원장이 결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대학교수의 대외적인 활동에 대해, 대학 쪽에서 사전에 검열한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현 원장이 나에 대해 징계요청하면서, '좌파 대학원이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해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현 원장이 학교 징계위원회에 유 교수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대학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2009년 초에도 정보기관에서 유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을 비롯해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정부에 비판적인 경제, 문화계 인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탄압이 진행될 때였다.
한편, 현 원장은 유 교수 징계 논란에 대해, <한겨레>에서 "대학원에서 유 교수에 대한 징계 건의를 해왔으며,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징계 요청을 한 것"이라면서 "최종 결정은 징계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KDI는 빠르면 이번달 안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유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