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여성을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홍현진
[2신 : 24일 오후 4시 10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22명의 추모 분향소가 강제철거 되는 과정에서 연행됐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24일 오후 1시 30분 경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돼 있던 분향소를 강제철거 했으며 영정사진, 천막, 앰프, 발전기 등의 분향소 물품들을 쓰레기차에 담아갔다. 지난 18일 쌍용차 22번째 희생자 이아무개씨의 49제가 치러지고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날이다.
이와 관려해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대문경찰서와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의 분향소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덕수궁 대한문 일대의 시설물 철거와 같은 업무는 서울시가 아닌 해당 구청이 맡고 있다. 중구청은 대한문 분향소 철거 이전에도 서울광장 맞은편에 설치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도 수차례 철거한 바 있다.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중구청은 계고 절차도 무시하고 곧바로 폭력적으로 철거를 자행했고, 항의하는 이들을 경찰버스로 연행했다"며 "시민들의 추모 분향마저 짓밟은 반인륜적 작태를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분향소 물품들을 쓰레기 청소차에 쓸어 담아간 것은 한마디로 노동자들의 죽음에 서린 피눈물과 한, 가슴시린 눈물과 상처, 매일매일 꾸준히 분향소를 들러 추모하고 지지의 글을 남기는 등 전국 각지에서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의 정성을 일거에 유린하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생목숨을 잃은 스물 두 명의 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추모의 장소마저 폭력으로 짓밟고 유린한 반인륜적인 작태는 이명박 정권을 수렁으로 한 발 더 떠미는 자충수일 뿐"이라며 "
쌍용차 범대위를 비롯한 각계각층은 대한문 분향소를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분향소를 다시 설치하려고 했으나 또 다시 경찰이 저지하고 나서면서 천막을 설치하는 데 실패했다.
장동호 민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금일 중구청과 남대문 경찰서가 자행한 강제침탈은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은 절차없이 분향소를 가져갈 수 있다고 했지만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위법한 법집행을 자행한 것"이라며 "행정대집행은 구청이 영장과 비용 통보 등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를 지키지 않는 법집행은 법집행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행됐다 석방된 김정우 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분향소는 죽음의 행렬을 22명에서 끝내고 희망을 찾아서 가자는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골방에 갇혀 있는 해고 동지들에게 희망을 찾게 하려는 자리인데, 자신들의 걸림돌이 된다고 짓밟아 버리면 또 다른 죽음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대로 있으면 또 다시 23번째 죽음이 찾아온다"며 "결코 (분향소 설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대문경찰서 측은 "이아무개씨의 49재가 지나면 자진 철거를 하기로 약속했다, 정당한 법집행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