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을 위한 KBS 교향악단의 연주회 웹자보
* 시에 붙이는 한 마디 : 아버지가 과자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실 때 엄청나게 많은 과자를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 정도를 그랬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일입니다. 그게 월급 대신 받아온 것이란 것도 모르고 그저 과자를 실컷 먹는다고, 친구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준다고 철없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전화를 받고 쓰러진 아버지를 보았고 소리내어 울던 엄마를 보았고 더이상 출근하지 않던 아버지를 보았고, 너무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딸 앞에서 언제나 죄인의 표정만 지으며 늙어가시는 아버지를 보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난을 물려받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멍에라며 묵묵하게 살아왔지만, 모든 부당함과 부당함의 점철과 부당함의 끝간 데 없는 오만과, 특히 그 오만에 길들여지는 것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이 시를 썼습니다.
견디지 말기로 합시다.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덕기업과 독재자의 오만은 학살의 시대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투쟁을 하고 있고 스물두 명의 동료를 잃은 쌍용의 해고노동자들에겐 지금-여기가 아우슈비츠와 다름이 없습니다. 한 철학자(조르조 아감벤)는 "아우슈비츠는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품위가 아닌 것이 되는 장소, 자신의 존엄과 자존을 잃지 않고 있었다고 스스로 믿었던 사람들이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경험하는 장소이다"라고 했습니다.
품위를 잃지 않은 채로 자신의 존엄만을 위해 살다가는, 부끄러움보다 더 큰 치욕이 삶을 삼켜버릴까봐 무섭습니다. 그러니까, 저들의 오만이 우리의 존엄을 되찾아줄 때까지 말하고 말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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