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의 창업 조언, "너 자신을 믿으세요"

[현장] 스티브 워즈니악 한양대 강연... 500명 청중 몰려

등록 2012.05.31 19:01수정 2012.05.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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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김동환

"온 세계가 당신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지요.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애플사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위즈니악은 31일 오전,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갖고 애플의 탄생과정과 현재 IT 산업의 전망, 창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한 시간 가량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라"

워즈니악은 이날 검은 손목시계를 양 손목에 차고 셔츠와 구두, 바지, 허리띠까지 검은색으로 맞춰입은 차림으로 강연장에 등장했다. 500명이 넘는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워즈니악은 적극적인 몸짓을 섞어가며 빠른 어투로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의 주제는 '애플의 탄생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 워즈니악은 "어렸을 때 자신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며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 방구석에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게 됐었다"고 술회했다.

워즈니악은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 1'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이러한 비결로 10년간 조금씩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즐겁게 연구를 진행했던 유년시절을 꼽았다. "취업을 한 후에도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나만의 기기들을 설계하며 보내다보니 캘리포니아에서 빠르고 단순하게 기기를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해져 있었다"는 게 워즈니악의 설명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고 싶었다는 점이고, 그랬기 때문에 대학을 중퇴했다가 다시 돌아가 학업을 마쳤고 8년 동안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도 했다. 나는 내가 무엇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김동환

"가장 혁신적인 기기는 인간 친화적인 '아이폰 4S'"

질의 및 응답은 한양대 측에서 선발한 다섯 명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양대 전기통신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신일씨가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워즈니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4S를 꺼냈다. 워즈니악은 "아이폰4S는 작은 컨테이너 안에 많은 기능이 집약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 시리(SIRI, 아이폰 4S에 기본 탑재된 가상 비서 소프트웨어)에 한국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즉각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아이폰의 터치 스크린 기능도 매우 인간 친화적이며 직관적"이라고 덧붙였다.

워즈니악은 파트너로서 고 스티브 잡스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스티브는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세세한 일까지 모두 관여하려 했지만 해고되었다가 복직된 후에는 취할 것은 취하면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잡스의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태도를 사람들은 때때로 무례하게 생각했다"며 "아마 그는 지금 사회에서는 절대로 취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31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스티브 워즈니악 강연에서 한 청중이 질문을 하고 있다.
31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스티브 워즈니악 강연에서 한 청중이 질문을 하고 있다. 김동환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애플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보안을 지키면서,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진 제품을 이기기는 굉장히 어렵고, 그 때문에 보안 유지가 중요하다"는 게 워즈니악의 설명이다.

답변 후 직접 애플사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한 청중이 "일요일에 갔더니 사무실이 닫혀있었다"며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은 24시간 사무실을 열어놓고 일한다는데 애플은 왜 쉬냐"고 질문했다. 워즈니악은 이 청중에게 "그들이 열심히 일하지만 매주 일 요일마다 모든 시간에 걸쳐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워즈니악은 한국의 IT산업과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관련 질문에 대해 그는 "가장 큰 차이는 창의력에 있다"고 지적하며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나 TV, LED, 핸드폰 시장에서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시장을 선도하거나 창의적인 면은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한양대 국제학부 강수민씨는 "졸업이 8주 남았는데 취업과 창업 중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워즈니악은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며 "첫째로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둘째로는 내가 하고 싶은, 내가 믿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실수를 피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단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청중은 "어렸을 때 내성적이었다더니 지금은 말을 잘한다"며 비결을 물었다. 워즈니악은 이에 "모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듣고 싶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타 친 지 20년이 넘었고 매년 50개의 록 밴드 콘서트에 간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밝히기도 했다.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청중들이 워즈니악의 강연을 듣고 있다.
31일,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청중들이 워즈니악의 강연을 듣고 있다.김동환

중학생 1학년부터 직장인까지 '할 일' 젖히고 강연 참석해

 워즈니악을 만나기 위해 전북 익산에서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2'를 들고 강연장을 찾은 손한근씨. '애플2' 위에 워즈니악의 친필 서명이 보인다.
워즈니악을 만나기 위해 전북 익산에서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2'를 들고 강연장을 찾은 손한근씨. '애플2' 위에 워즈니악의 친필 서명이 보인다.김동환
워즈니악에 대한 현장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연 후 연단에서 내려온 워즈니악이 사인을 해주겠다는 몸짓을 보이자 삽시간에 30여 명의 청중들이 워즈니악을 에워쌌다.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2'를 들고 온 손한근씨는 강연 후 워즈니악에게 몰려든 청중들 사이에서 '사인'을 받아내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손씨는 "이 애플2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집에 있어서 제가 말과 글을 배우면서부터 함께 자라온 형제 같은 기계"라며 "워즈니악을 봤으니 이제 1시 30분까지 시험을 치러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하고는 급히 뛰어나갔다. 강연이 끝난 시간은 오전 10시. 손씨는 전북 익산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중학생 1학년인 장정훈군은 워즈니악이 한국에 다시 못 올 것이라는 생각에 등교를 미루고 강연을 들으러 왔다. 장군은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었는데 거기 워즈니악 얘기가 나와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담임 선생님이 강연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오면 지각 처리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워즈니악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 위해 계속 손을 치켜들었지만 결국 질문을 하지 못했던 한양대 전기공학과 김영균씨는 "돈이라는 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며 "창립자에게 들으니 애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양대 출신 직장인 허영대(가명)씨는 "워즈니악 강연을 듣기 위해 왔는데 회사에서 알면 곤란하다"며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워즈니악처럼 IT나 과학 쪽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수줍음 많이 타고 구석에 '짱 박혀서' 이것저것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인으로서는 한국의 IT 회사들이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워즈니악 #한양대 #애플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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