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조을영
하지만 메밀껍질을 넣는다 해서 면이 더 맛있어지지도 않고 식감도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메밀껍질을 넣는 것이 오늘날 제면업계의 정석으로 되어있다. 면의 색깔이 검어야 '아하! 메밀가루가 들어가서 막국수 면이 이렇게 검구나'하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에 껍질을 갈아 넣어서 제분을 한다는 것이다.
메밀. 서늘한 기운을 가진 이것은 여름을 건강하게 나도록 해주는 식재료다. 그런 한편으로 그 함축한 의미도 각별하다. 소설가 이효석은 메밀꽃이 핀 밤의 들판을 '굵은 소금을 뿌린 것 같다'고 했는데, 아름다운 이미지 못지않게 메밀은 날이 가물어도 잘 자라고 거친 땅에서도 열매를 넉넉히 맺는, 한마디로 끈기와 인고의 상징인 작물이기도 하다. 서민적이고 투박하지만 한편으론 정한도 품고 있는 그 메밀로 우리 민족은 막국수와 냉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그러한 메밀이 현재 외식업계의 인기 상품이 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꼼꼼히 메밀 함량을 따져가며 먹으려는 깐깐한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나 국수가 외식업계에서 서서히 고가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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