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한국실리콘 정문입니다.
황주찬
조아무개씨는 사고가 났는데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나왔다고 말합니다. 그 사이 비상 사이렌이나 안내방송도 없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화학공장에서 비상시를 대비한 경보체계가 없는 이유가 뭘까요? 여수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팀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실리콘은 중소기업이다, 비상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강제규정이 적용 안 된다, 그래서 권고만 할 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화학공장에서 정전은 가정집에서 전기 안 들어오는 일과 전혀 다릅니다. 대형 재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때문에 비상 시스템을 잘 갖춰서 인명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사고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서동완 지원담당 상무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사고는 정전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 근로자는 없었다, 사고가 크다고 할 수 없다, 관계기관도 조사를 마친 사안이다"고 말했습니다.
누구 말이 사실일까요? 지난해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존재하는데 회사 측은 "당시 근로자가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12일 오후, 회사를 찾았습니다. 배성우 환경안전팀장은 "그날 현장에 작업자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누출 가스도 이번에 발생한 염화수소가 소량 샜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민주노총 "화학공장임에도 물질안전 시스템 갖추지 않아"결국, 근래 한국실리콘에서 두 번의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던 것입니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재난 대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작은 사고가 쌓이면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한국실리콘이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걸린 건 아닐까요?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민주노총 플랜트 노동조합 여수지부가 성명서를 냈습니다. 그들은 "한국실리콘은 화학공장임에도 불구하고 물질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경보발령, 긴급대피, 후송조치 등을 시행하지 못해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또, "(사고회사는) 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출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축소, 은폐하고 입원 치료중인 환자를 퇴원시키려고만 하고 있음은 정말 분통 터질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한국실리콘의 가스 유출에 대한 증설, 하자보수의 권한이 있는 여수시는 금번 사고를 축소, 은폐 그리고 방조하지 말고 노동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및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차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관계기관과 사고회사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