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작업 완료 후의 정혜사지 13층석탑
정만진
정혜사지 13층 석탑,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1854번지에 있다. 주소지가 '시'에서 '읍'으로 왔다가 다시 '리'로 내려가는 데서 짐작되듯이, 이 탑은 시내가 아니라 산골 속에 있다. 바로 인근에 우리나라 5대서원 중 한 곳인 이언적의 옥산서원과 독락당이 사적 154호와 보물 413호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탓에 지명도가 조금 위축된 느낌이 있지만, 이 탑은 국보 40호이다. 옥산서원과 독락당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여행자가 있다면 큰 잘못이라는 말이다.
이 탑을 10여 년에 방문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답사하러 간 길이었는데, 독락당의 계정(溪亭) 뒤로 올라갔다가 우연히 '발견'을 하여 구경을 하게 되었다. 일행 중에 역사교사가 있어 누군가가 질문을 하였고, '모양을 보니 고려 시대 탑 같은데...' 하는 대답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는 안내판이 없었던 듯하다. 지금처럼 탑 입구에 안내판이 있었다면 결코 그냥 지나칠 우리 일행이 아니었으니까.
그 후 줄곧 그 탑을 고려 시대의 작품으로 알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지난 1월 17일, 지나치는 길에 들러보았다. 책을 통해 정혜사지 13층탑이 국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언젠가는 다시 한번 찾아보아야 할 문화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찾았을 때에는 탑 앞에 공사 안내판이 뒹굴고 있었고, 주변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공사 안내판에는 '2011년 9월 28일부터 10월 17일까지 부지 내 유적 발굴 조사'를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보다 몇 달 뒤인 1월 중순에 갔는데도 그 지경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