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25일 07시 총파업, 물류 멈춘다"

표준운임제 법제화 요구... 국토부 "엄정 대응하겠다"

등록 2012.06.22 16:34수정 2012.06.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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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낮 12시 화물연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2일 낮 12시 화물연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지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22일 낮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화물운송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유류비가 급격히 치솟았던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으로 전체 물류이동의 80%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7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정부부터 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화물운송노동자의 생존권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선 약속을 수차례 받았으나 약속은 언제나 변질되거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표준운임제 약속을 이행하고 법제화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이미 지난 2월 80.6%로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하면서 6월말 총파업 투쟁을 예고해 왔다.

한 달 300시간 일하고 손에는 69만 원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 앞서 ▲ 표준운임제 법제화 ▲ 운임료 30%인상 ▲ 노동기본권보장 ▲ 과적단속 실제화 및 도로법 개정 ▲ 특수고용노동자 생존권 보장 등 5개의 요구안을 놓고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특히 화물운송은 국가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부가 나서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화물운송시장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현재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임업체가 대기업운송업체에 하청을 주고 이를 다시 중간알선업체가 나서 화물운송노동자(화물차 소유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중간수수료가 발생하고 최종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전체운임의 40% 정도만 돌아온다.

화물연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송 노동자의 최저운임을 보장하는 표준운임제를 지난 2003년부터 요구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지난 2008년 총파업에서도 계속됐고 정부는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운임제 도입을 공언했다. 총리실에 화물운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까지 세웠으나 현재까지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표준운임제가 제도적 개선요구라면 운송료 인상 요구는 당장 닥친 문제 때문이다. 화물연대 측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운송수입으로 900만 원(총거리 8395km)을 받는 화물운송노동자 A씨의 순수입은 고작 6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수입 가운데 기름값으로만 488만 원이 나간다. 톨게이트 통과 비용이 70만원, 화물 알선료 81만 원, 지입료가 20만 원이다. 


화물차운송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특정업체에 소속돼 있더라도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화물차량도 자신의 소유고 차량운행에 드는 전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 할부값으로 50만 원, 차량운행으로 인한 소모비용(정비, 타이어 교체 등)으로 122만 원을 지출한다. 전체 비용의 12%가 알선료, 지입료 등 중간수수료이고 유류비용이 58%에 달한다.

여기에 최소생활비용, 과적, 과속에 따른 과태료 등까지 포함하면 화물운송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100만 원을 밑돌 수밖에 없다. 그것도 월 300시간 이상 일했을 때 얻는 결과다. A씨의 수입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2197원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임 30%인상과 면세유 지급을 제시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에 만연한 과적 문제도 지적했다. 화주나 운송업체가 화물노동자에게 반강제적으로 과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같은 운임으로 한 대당 싣는 물량이 많아져 실질 운임은 줄어들고 화물차는 공급과잉 상태가 된다는 지적이다. 또 현행 도로법상 적재적량 단속과 과적단속의 이원화로 사실상 과적이 제대로 단속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물류 멈춘다"... 국토부 "엄정 대응"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월경 어려운 여건 속에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해 80.6%의 압도적 가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많은 시간 대화로서 해결하려고 있지만, 정부와 자본은 교섭을 도외시했다"며 "2008년에 정부는 표준운임제 합의를 약속하고, 1년 시범운행 후 법제화를 약속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운송사들은 고유가, 고물가 속에서 화물노동자를 착취하고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때문에 비조합원들마저도 화물연대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정부와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겠다며 파업투쟁을 무력화 시키려고 하지만 우리는 가장으로서 최저생계비를 보장받고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극단적 수위의 파업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6월 25일 07시부터 이 땅의 물류를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물연대는 파업 당일 오전10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 ICD)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파업투쟁에 돌입한다.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는 민주노총 총파업에도 결합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부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운전자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불법 교통방해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취소시키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물류 #국토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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