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밭.
신정임
할머니들의 정감 넘치는 대화에 푹 빠져 있는데 버스가 어느새 대한다원 정류장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녹차밭과 예쁜 펜션들이 보인다. 거기가 대한다원인줄 알고 그대로 직진하려는데 함께 버스에 탔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1인과 2인의 여성이 모두 왼쪽으로 꺾는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우선 대세를 따라야 할 것 같아 그들의 뒤를 따르니 높다란 삼나무 숲 속에 매표소가 나타났다. 줄을 잘 선 듯하다.
주차장에서 본 녹차밭은 아기고, 실제 대한다원은 엄마격이었다. 크기가 몇 배는 돼 보였다. 산비탈을 온통 뒤덮은 녹차잎들에서 차향이 퍼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도 돌려도 보이는 풀빛에 눈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핸드폰으론 그 넓고 파릇파릇한 녹차밭을 제대로 담긴 힘들었다. 구경만 잘하기로 한다.
차밭 전망대와 바다 전망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차밭을 보다가 바다를 보면 한층 운치가 있을 것 같아 낑낑대며 올라갔다. 힘들어서 차밭 전망대에서 한 번 쉬고, 바다 전망대에 딱 들어섰는데 안개 덮인 산만 보인다. 바다는 그 산 너머 어딘가에 있을 게다. '기상사정에 따라 바다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낚였다. 약간 허탈했지만 높은 데서 바라보는 차밭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하산길은 편백나무 숲이다. 어딘가에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흘러나왔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젊은 부부가 보인다. 아들과 어깨동무하며 가는 한 아빠의 모습도 정겹다. 집에 두고 온 부자가 생각났다. 기념품 가게에 들려 작은 선물을 하나씩 샀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한 컵 사 날름날름 먹으면서 녹차밭을 빠져나왔다.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문학과 인생의 고행길 엿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