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기도원 묵인하는 인제군의 정신나간 행정

[고발] 종교시설은 안 되고 종교집회장은 허가되는 사실 아십니까

등록 2012.06.27 15:57수정 2012.06.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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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으로 건축했다 철거된 시설들.
불법으로 건축했다 철거된 시설들. 권종희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남면 수산리 산속 오지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년 전, 시끄러운 소리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정신장애와 자폐인 아들 둘을 데리고 자연치유를 위해 이곳 소양호 상류, 자작나무숲으로 유명한 수산리 골짜기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많이 안정돼 갔다. 그런데  2년 전쯤, 바로 집 아래 골짜기(지번: 수산리 401, 413)에 험비, 벤츠, 캐딜락 등 고급 외제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사들이었다.

집 아래가 시끄러워졌다. 불법으로 지어놓은 고정식 방갈로에서 어느날 밤에 통성기도 소리가 들리고 첫째 아들은 두려움에 떨고, 둘째 아들은 이를 깨물며 발작을 시작했다. 다음날 관련 목사에게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조용히 할 것을 요구, 그 목사에게서 이곳에 기도원을 짓지 않는 것은 물론, 예배를 보더라도 떠들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 받았다.

그런데 지난 5월 9일 방갈로를 관리하던 관리인 목사 부인이 타월을 내밀었다. 기념타월이었다. 기념타월에는 '인제 ○○○○ 기도원 설립예배' 라고 찍혀 있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약속위반이었다. 군청에 달려가서 확인해 보니 문제의 부지에 2년 전부터 들어선 20동 가까운 고정식 방갈로 및 화장실 등 부대시설들이 농지전용 및 법적 절차 없이 불법으로 지어진 것을 알았다.

불법건축물이 사라진 자리... 베어진 밤나무 수십 그루

 나무들을 잘라내고 하천에서 돌을 빼내며 형질변경 작업 중.
나무들을 잘라내고 하천에서 돌을 빼내며 형질변경 작업 중. 권종희

일주일 후 군에서 민원에 대한 회신이 왔고 불법건조물 철거를 통보한다고 했다. 고정식 방갈로 철거는 6월 7일부터 4일간 이루어 졌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농지에 심어져 있던 40년생 밤나무 수십 그루를 같이 베어낸 것이다. 밤나무를 자르는 이유를 작업조장에게 물었다.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기 위해 평탄작업을 하려고 베어냈다고 했다. 그 작업조장은 "목사님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이곳에 종교집회 시설을 지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니 불법을 저지른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고 하천점용 운운하며 굴착기를 들이대는 것인가. 이곳은 특히 2006년 인제 대홍수때 인근 하천부지가 쓸린 후 최근 안정화가 되어가는 중인데, 또 나무를 베고 뒤집어 놓다니.


하천 돌들을 빼어 축대를 쌓는 작업반장에게 물었다.

"이번 여름 호우 때 쓸려갈 것 같은데…."  
"쓸려가면 군에서 수해복구로 해주겠죠."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니 국민세금이 봉인가. 기분이 씁쓸해졌다.

동네를 지나다 한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목사 측에서 "시설 철거 등으로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았으므로 크게 시설물을 지어 앞으로는 더 시끄러워 질 수 있다"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 다음 날 '수산리 불법기도원 (종교집회장) 설립시도에 반대하는 주민청원'이라는 제목으로 문안을 만들어 마을주민 서명을 받았다. 62명(마을주민의 95%)이나 서명을 하였다. 서명을 안 하려고 하는 이장을 설득해 겨우 서명을 받아냈다.

인제군수와의 면담... 행정소송 제기하면 어쩔 수 없다니

마을주민들과 이순선 인제군수와의 면담은 6월 18일 군수실에서 열렸다. 불법기도원 양성화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 군수는 이곳 농지에 기도원 설립신고가 들어오면 "법 테두리 내에서 건축을 허가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담당과장, 계장이 징계를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불법을 2년 동안 저지른 사람들이 기도원설립을 허가해주지 않는다고 행정소송을 할 자격이 있기나 한 건가?

목사가 제기할지도 모르는 행정소송은 두렵고, 기도원설립을 반대하며 서명청원을 낸, 유권자이기도 한 수산리 주민 다수의 염원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내가 "수년 동안 목사측에서 불법을 저질러 왔는데 바로 면죄부를 주고 건축허가를 내줘도 되는 거냐"라고 질문 했더니 인제군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허가에 반영을 하겠다"고 했다. 선문답도 이런 선문답이 없었다.

어느 주민이 말하기를 "목사가 3백만 원의 벌금을 냈기 때문에 허가 신청을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말을 듣자 다른 주민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인제 산골짜기 싼 땅을 구입, 누구나 들어가 몇 년 동안 방갈로 같은 것을 지었다가, 벌금 몇푼 내고 기정사실화하여 기도원 지으면 되겠네. 온 인제 골짜기가 기도원으로 넘쳐 나겠군."

군청에 알아보니 기도원 허가이유로 "이곳은 용도지역이 생산관리지역이므로 2종 근린생활시설인 소규모 종교집회장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2종 근린생활시설들을 살펴보니 종교집회장, 극장, 서커스장, 결혼상담소, 안마시술소, 노래연습장 등이 있었다.

과연 이것들이 이곳 인제 소양호 오지 산꼭대기 골짜기에 어울리는 근린의 개념일까? 사람들이 적절한 도시계획에 의하여 거주자의 문화적인 일상생활과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지역사회의 최소단위가 근린이 아닌가? 이곳 산속 오지가 안마 시술소, 결혼상담소, 종교집회장과 무슨 상관이 있나?

또한 개발행위가 비교적 자유스러운 계획생산지역과는 달리, 생산관리지역지정의 목적은 말 그대로 농업, 어업, 축산업 등 생산을 목적으로 지정돼야 한다. 농지의 전용은 근본적으로 농축산 생산 목적 (농업인 주택, 농축산물 유통·가공 시설, 농업인의 공동생활 편의시설등) 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농지법 35조(농지전용신고))
 
농지전용시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구청장은 첫째, 시설의 규모 및 용도의 적정성. 둘째, 해당농지의 전용으로 인근농지의 농업경영과 농어촌생활환경의 유지에 피해가 없을 것. 셋째, 해당농지의 전용이 토사의 유출, 오수의 배출, 소음의 발생을 수반하는 경우 예상되는 피해 방지 등을 고려해 농지 전용을 허가해야 한다. (농지법 시행령 제33조 (농지전용허가의 심사)

또한 국토계획-이용법 제58조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은 개발행위 허가시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영농포함), 토지이용계획, 토지의 경사도, 수목의 상태, 주변 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을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76조 (용도지역 및 용도지구에서의 건축물의 건축 제한등)는 건축물이나 그 밖의 시설의 용도·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은 해당 용도지역 (생산관리)과 용도지구의 지정목적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종교집회장은 괜찮다?

기도원 건축을 위한 농지의 전용은 건축법 시행령 한 구절로 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농지법,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등 여러 가지 상위법의 규정과 정신에 부합 되어야 한다.

 기도원설립불가를 알려주는 국토부 관련 홈페이지.
기도원설립불가를 알려주는 국토부 관련 홈페이지. 권종희

국토해양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http://luris.mltm.go.kr/) 지번별 행위제한내용으로 들어가 기도원을 치면 수산리 401, 413 번지는 분명히 기도원 건축금지로 나와 있는데 어떻게 법 테두리 내에서 기도원 건축을 허가 할 수 있을까.

정말 웃기는 것은 인제군이 만든 '관리지역 세분 이후 행위제한 내용' 생산관리지역 항목에 '종교시설 불가'라고 명확히 나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잘못 만든 지침인가? 작은 종교집회장은 종교시설이 아니란 말인가?
#기도원 #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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