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의 꽃척박한 곳을 기어오르다보면 말라죽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기어오른다.
김민수
자연은 또다른 나의 모습이다. 그들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고, 그들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그것을 넘어 자신의 생명 혹은 열매를 줌으로 인간의 생명을 존속하게 한다. 자연은 이렇게 자기를 내어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그렇게 살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성을 상실했으며, 자연성을 상실한 인간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 결과는 다른 자연의 황폐함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것을 인식하는 이들 조차도 걸어온 길을 포기하지 못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죽음의 행렬,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절망의 벽, 소리없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지금 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벽에 기대어 목말라하는 그들의 온 몸을 흠뻑 적셔줄 비, 그 비가 어서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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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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