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물류2터미널(ICD)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유성호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이들의 구호는 지난 2003년과 2008년에도 똑같았다. 4년 만에 총파업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정부 태도 역시 비슷하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의 가장 첫 번째 요구로 '표준운임제'를 제기한다. 지난 파업 당시 정부가 제도 개설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약속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약속사항이었던 운송료 19% 인상, 2009년 표준운임제 도입 등은 모두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합의 이후 개별 사업장 별로 진행된 운송료 인상 협상 결과 실질적인 인상률은 6~8%에 머물렀다. 표준운임제 또한 도입기로 한 약속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정부는 올해 6월에 들어서야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중재안을 내고 추진 중이었다. 이를 두고 '약속이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화물운송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권고안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그밖에 이번 파업의 모든 쟁점 사안에서 정부와 화물연대의 시각차는 아주 크다.
[쟁점1] '불법행위' 강조하는 정부와 '불법'이 될 수 없는 파업이를 사안별로 보기 전에 이번 파업 자체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매번 비슷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법파업'을 강조하던 정부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 등에서도 이번 파업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집단운송거부'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화물운송업계의 특성이 있다. 택배업, 퀵서비스,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학습지 교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알고 보면 '표준운임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논란이 여기서 시작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일을 하는 노동자와 다른 위치에 있다. 기업에서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관계는 '고용'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이다. 고가의 대형 트럭을 운송업체가 구입해 회사를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이 높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한 화물운송노동자와 계약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운송을 맡긴다. 해당 업체의 일을 하지만 그 업체의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자영업자'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화물연대를 노동자 집단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감당하는 차량운행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업체의 몫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를 규정한 법을 기준으로 화물연대의 운행중단 자체가 '불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가 자기 가게 문을 닫는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번 비슷한 사안에서 '불법파업'이라며 엄포를 놓던 정부도 이번에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하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경우의 수'를 붙였다. 마치 현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불법적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이 아님을 방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쟁점2] '국가물류'라면서 표준운임제는 왜 시행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