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행운을 봉인하다

이철재작가의 설레임 선물

등록 2012.06.28 15:40수정 2012.06.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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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이철재작가의 퀴즈가 나붙었습니다.


"이번 주가 500회 입니다.무엇일까요? 힌트>제가 무척 바쁩니다.^^"

송효섭 로또?
이철재 딩동뎅!! 선생님 안녕하세요. 5000만 백성의 희망 맞습니다. 대학원 나온 종만이는 아직도 생각중인가 봅니다.^^

이 작가님의 퀴즈를 송효섭 선생님이 가볍게 맞추었습니다. 송선생님이 다시 덧글을 달았습니다.

송효섭 뭐 상품 없어요?
이철재 한장 뽑아 봉인해 놨습니다.^^

이철재 작가께서 봉인해 두었다는 그것을 오늘 문자메시지로 받았습니다.


로또 복권 발행 500회의 한줄 천 원짜리 다섯줄을 뽑아 복권 상단에 각자의 이름을 써서 그 이름이 써진 사람의 몫으로 봉인해두었다는 것입니다.

핸드폰으로 보내온 인증샷에는 송선생님 것뿐만 아니라 제 것도 한 장 있었습니다.


 이철재작가가 500회 로또복권을 뽑아 각자의 이름을 써서 봉인했다는 인정샷
이철재작가가 500회 로또복권을 뽑아 각자의 이름을 써서 봉인했다는 인정샷이안수

저는 그 문자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철재 작가는 강서구 공항동의 송정역 출구인근에서 송정슈퍼를 생업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포와 강화 등 서울외곽과 서울을 잇는 지점에 위치한 그 슈퍼마켓은 도시에서 노동을 파는 사람들이 라면이나 담배 등 생필품이나 기호품을 사면서 미래의 희망 한 가닥으로 복권 한 장씩을 사가기도 하는 곳입니다.

 부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송정슈퍼. 밤에는 값싼 셋방을 찾아 서울 밖으로 나갔다가 아침이면 다시 도시에서 노동을 팔기위해 들어오는 도시일용직들의 환승장소에 위치한 이 가게에서는 서민의 한 가닥 탈출구로서의 복권 판매가 많다.
부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송정슈퍼. 밤에는 값싼 셋방을 찾아 서울 밖으로 나갔다가 아침이면 다시 도시에서 노동을 팔기위해 들어오는 도시일용직들의 환승장소에 위치한 이 가게에서는 서민의 한 가닥 탈출구로서의 복권 판매가 많다.이안수

이 작가는 그 좌절된 희망들을 이어 붙여 특수하게 만든 인두로 가열하여 드로잉을 하는 유일무이한 작가입니다.

 이철재작가는 번호를 맞추어보고 버린 복권을 모아 테이핑 작업을 한 다음 그 열전사지 복권을 캔버스삼아 인두로 그림을 그린다.
이철재작가는 번호를 맞추어보고 버린 복권을 모아 테이핑 작업을 한 다음 그 열전사지 복권을 캔버스삼아 인두로 그림을 그린다.이안수

이 작가가 이처럼 특수한 재료로 특별하게 작업하게 된 것은 주어진 환경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 때문입니다.

 이철재작가는 좁은 소정슈퍼에서 복권 낱장의 테이핑작업을 하고, 가게 일이 끝난 한 밤중에 집 거실에서 인두작업을 하는, 하루하루가 치열한 작가이다.
이철재작가는 좁은 소정슈퍼에서 복권 낱장의 테이핑작업을 하고, 가게 일이 끝난 한 밤중에 집 거실에서 인두작업을 하는, 하루하루가 치열한 작가이다.이안수

 미국 팝아티스트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다시 복권에 복제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철재작가는 국내 모 그룹의 회장 사모님의 컬렉션이 화제가 된 이 작품을 복권에 다시 복제함으로서 한국적 상황에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넣었다.
미국 팝아티스트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다시 복권에 복제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철재작가는 국내 모 그룹의 회장 사모님의 컬렉션이 화제가 된 이 작품을 복권에 다시 복제함으로서 한국적 상황에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넣었다.이안수

낙첨된 복권을 이용한 드로잉이나 소주병 뚜껑을 활용한 입체작업(앙드레 가든)들 등 이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실존이 담긴 현대의 진경도시화眞景都市畵로, 때로는 웅변보다 강한 은유조각隱喩彫刻으로 대중의 안주와 안일을 상기시킵니다.

 수만 장의 복권을 이어붙인 이 거대한 작품은 순전히 열정과 노동의 산물이다.
수만 장의 복권을 이어붙인 이 거대한 작품은 순전히 열정과 노동의 산물이다.이안수

 버려진 소주병 뚜껑을 활용한 앙드레 가든
버려진 소주병 뚜껑을 활용한 앙드레 가든이안수

사실 이작가는 남의 행운을 챙길 만큼 본인이 여유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부인과 좁은 가게를 지켜 생활을 버는 처지이지요.

제가 이철재 작가가 이름을 써서 봉인해 놓았다는 사진에 먹먹해진 이유입니다.

이작가의 페이스북에는 생업 짬짬이 올려놓은 이 작가의 발언들이 경책사(警策師)의 장군죽비가 되어 내 어깨를 칩니다.

이철재의 말
이철재
요즘 송정역에서 경인 아라뱃길 가는 버스편을 묻는 노인들이 부쩍 늘었다. 허한 사막에서 이스라엘 족속들이 진리를 찾아 헤매듯, 돌 축으로 쌓아 만든 황망한 수로를 찾아 나서는 또 다른 가슴을 지닌 노인네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센강처럼 고쳐서 화가들 일자리나 만들어 줘야겠다.^^

이철재
뭐 한다고 설쳐대는 사람도 나름의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세상 일원으로 자리 찾아가는 숨고르기 과정이다. 세상에 무의미한 일은 없다. 설쳐 됨이 모여서 훗날 자원이 되기도 한다. 여러 관계 속에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 상황이 우리를 일깨운다. "진실은 모든 일의 시초이며 진실 없는 시초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다. 진실은 자체가 힘이고 내용이고 창조다" 공자 말씀이다.^^

이철재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은 줄 것 생각하면서 일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뺏을 것 생각하면서 일한다. 사무노동자들 오해 마시라^^

이철재
요즘 시골 마을회관(모정.시정) 앞에는 낡은 유모차가 주차되어 있다. 퇴행성관절염 있는 노인네들 이것 의지해 들에 나가고 마실 다닌다. 도시에서는 이것으로 파지 모으고……. 고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500원 안든다^^

이철재
나는 가장이다.家長이란 글자속에 `長`字가 붙어 있어 쑥씨러 죽것다. 남편과 애비라는 위치도 부끄럽다. 그래서 나는 막 일해분다. 세상의 집단이나 단체에서 '長'자의 위치에 있는 놈들이나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 속에서 지껏 챙기고 알량하게 폼 잡으려다 '사달`을 만든다. 통합진보당 사건도 문제는 '금배지' 다 내놓고 막 일해불면 되는디.

이철재
나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 두 개(고1 초등5)가 있다. 작은놈에게 큰놈에 맞춰 이 녀석이 싫어하는 몇 마디 했더니 틱 장애가 와 버렸다. 슬프다.


@SLD@

관련글 바로가기
복권에 다리미로 그림 그리는 화가, 이철재
http://motif_1.blog.me/30070261721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이철재 #복권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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