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감 업무추진비는 직원 밥 사주는 돈?

[나근형 인천교육감 업무추진비 분석] 간담회 등 식비로 66% 사용

등록 2012.07.04 15:56수정 2012.07.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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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22개월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66%가 밥 값이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22개월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66%가 밥 값이었다.김동호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초대 직선 취임(간선 포함 3선) 2주년을 맞아 지난 22개월간의 업무추진비 결산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업무추진비의 66%를 간담회·만찬 등의 식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지부장 김은종)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 '나근형 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집행(2010.7.~2012.4.) 세부내역과 영수증'을 참여예산센터와 <부평신문>이 함께 분석한 결과, 나 교육감은 22개월간 1억611만7330원을 사용했다. 나 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예산액은 2011년 8664만 원, 2012년 1억32만 원이다.

이중 간담회·만찬·직원 격려 등의 명목으로 173번에 걸쳐 총 6992만4580원을 지출했다. 모두 식당 영수증으로 처리됐으며, 전체 업무추진비의 66%에 달한다. 한 달에 평균 8회의 간담회나 만찬을 했으며, 매회 평균 4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간담회와 만찬, 직원격려에 참가한 대다수는 소속 직원들이었다. 업무추진비가 인천시교육청 운영이나 유관기관 업무협의 등 공적업무 수행에 사용하는 예산이지만 절반 이상을 소속 직원들 밥 사주는 데 사용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간담회·만찬·직원 격려 명목으로 22개월간 약 7000만 원 써 

예를 들어, 2012년 2월 28일 오후 6시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 개최 준비에 따른 확대간부회의 업무협의'를 한다며 교육감·부교육감·국과장·지역교육장·직속기관장 등 직원 55명이 남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199만7000원을 지출했다.

다음날인 29일 오후 6시 '교원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간담회'를 한다며 교육감·교원인사과장·인사발령장학관 등 직원 10명이 연수구 한 음식점에서 38만7000원을 사용했다.


3월 2일 오후 6시 '2012년 학교현장 지원관련 업무간담회'를 한다며 교육감·부교육감·교육정책국장·행정관리국장 등 직원 10명이 연수구 한 음식점에서 18만5000원을 썼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인 3월 5일 오후 6시 '2012년 3월 1일자 인사발령에 따른 환영과 주요 현안사항 간담회'를 한다며 2월 28일과 같은 직원 55명이 식비 163만 원을 지출했다. 3월 7일 오후 6시에도 총무팀 직원 20명과 업무간담회를 한다며 식비 48만 원을 사용했다. 1주일 동안 직원들과 간담회 명목으로 거의 매일 저녁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한 것이다.


2011년 12월 인천시의회 회의 기간에는 시의회 관련 간담회만 8번 열었으며, 모두 391만 2000원을 사용했다. 명목은 ▲ 시의회 예산안 심사 준비를 위한 간담회 ▲ 본예산 관련 업무 간담회 ▲ 시의회 시정질문 답변과 향후 조치 간담회 ▲ 시의회 평가 관련 간담회 등이다.

간담회나 만찬 중 두 번에 걸쳐 나 교육감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시오가피술을 외부 가게에서 따로 구입해 38만4000원을 사용하고 간이영수증으로만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직원 선물로 14만5000원짜리 명품 양말 사기도

간담회 등에 따른 식비 지출에 이어, 교육감실 접대물품 구입과 1월 1일 현충탑 참배 오찬 참석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물품 구입 등, 물품구입비로 총 2364만8510원을 지출했다.

2011년과 2012년 1월 1일에는 교육감·부교육감·국과장·지역교육청 교육장과 국장·직속기관장 등 64명이 현충탑을 참배하고 점심을 먹은 후 신년 격려품을 지급했다.

2011년 109만7000원, 2012년 74만1000원을 식비로, 2011년 175만7000원, 2012년 117만1260원을 격려품 구입비로 각각 지출했다. 격려품 내역을 보면 바디워시·바디클렌저·클리어폼·햄·벌꿀·세제 등이 100개가 넘었다. 또 격려품으로 명품 양말 1개를 14만5000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현충탑을 참배하고 지급한 신년 격려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구입한 격려품 수량과 참가 인원도 맞지 않았다. 또한 격려품 구입비용을 '비서실 물품 구입'으로 처리했다.

이밖에 지역 특산품을 홍보용 선물로 준다며 2011년 8월 교육과학기술연수원 4급 고급 관리자 연수생 등 50명에게 전달하는 등, 3회에 걸쳐 총 272만 원 어치의 강화순무김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업무추진비로 개인명의 후원... 사조직 인화회에 특별회비

아울러 나 교육감 개인 명의로 월드기금 등 3곳에 후원금 매월 4만 원씩 22회(총 88만 원)를 업무추진비에서 냈다. 인천지역 정부기관기관장과 기업인, 자생단체 임원들로 구성된 사조직 '인화회'에 특별회비로 6개월에 한 번 30만 원을 내기도 했다.

업무추진비를 나 교육감 이름의 개인 후원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친목모임 성격의 사조직에 특별회비를 지출하고 이를 '인천지역 기관장 협의회에 따른 간담회비'로 처리한 것도 문제로 보인다.

2012년 2월 시·도교육청 관리국장 회의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233만5450원을 회계 처리하는 데 오류도 나타났다. 예산의 '목'이 다를 경우 기안을 '목'별로 따로 작성해야 하는데 일괄 처리한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을 보면, 간담회 등 접대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회당 1인 4만 원 이하에서 집행해야 하고, 불가피할 경우 증빙서류에 사유를 명시해야한다. 또한 접대성 경비를 집행할 시 건당 50만 원 이상의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와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아울러 업무추진비로 기념품이나 특산품 등을 구매할 경우 사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구입과 지급 일시, 수량, 수령자, 잔고 등을 기재한 '물품수불부'를 작성하고 결재를 받아 비치해야 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업무추진비를 교육감 주머니 쌈짓돈으로 알고 있나"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업무추진비가 직원들 밥 사주라는 예산이 아닌데도, 자료를 보면 각종 간담회 명목으로 직원들과의 식사비로 지출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에게는 직급에 따라 식사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리후생비가 월급에 포함되는데, 이 비용으로도 지출이 가능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업무추진비 지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교육감은 업무추진비를 자신의 주머니 쌈짓돈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얼마 하지 않는 개인후원금을 기관업무추진비에서 낸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에 나온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총무과 담당 팀장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간담회 등 식비로 지출하는 것은 지침상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나 교육감은 업무추진비를 아껴서 매년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을 남긴다"고 한 뒤 "후원기관에 개인 명의로 후원했지만, 세액 공제는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기관명으로 바꾼 상태다. 향후 물품수불부 등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겠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업무추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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