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조형물 하나에 5억... '혈세낭비' 공방

군포 시민단체 '예산낭비' 비판... 시는 시민단체 후원한 국민권익위 규탄

등록 2012.07.06 18:41수정 2012.07.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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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포시 수리동 철쭉동산 주변에 2010년 건립된 김연아 흉상.
군포시 수리동 철쭉동산 주변에 2010년 건립된 김연아 흉상. 조호진
'김연아 조형물이 5억 원짜리라고?'

경기도 군포시가 김연아 조형물 건립에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군포시가 예산낭비로 시민들의 살림에 주름지게 하고 있다는 반발감에서다. 군포시는 2010년 5억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군포시 수리동 철쭉동산 주변에 김연아 조형물을 세웠다. 조형물에 들어간 비용 4억5000여 만 원에 주변 조성물에 나머지 돈이 들어갔다.

시민단체들은 더 깜짝 놀랐다. 군포시의 전시성·낭비성예산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시민홍보전을 못마땅하게 여긴 군포시가 이 사업을 공모선정·후원한 정부기관에 항의전화하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기관 규탄 보도자료까지 배포하고 나서자 시민단체들은 예산 낭비와 비리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반발했다.

군포 시민단체 '전시성-낭비성사업' 거리홍보... 시민들 낭비행정 비판

 군포YMCA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산본 중심상가에서 '전시성-낭비성예산 거리전시회 및 시민홍보전'을 진행했다.
군포YMCA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산본 중심상가에서 '전시성-낭비성예산 거리전시회 및 시민홍보전'을 진행했다. 군포YMCA

군포YMCA, 군포여성민우회, 군포환경자치시민회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군포시 산본동 산본중심상업지역에서 '전시성·낭비성예산 거리전시회 및 시민홍보전'(이하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을 진행했다.

군포YMCA 등 3개 시민단체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공모한 '예산낭비 근절사업' 분야에 '자치단체 예산낭비 근절-시민참여 예산감시활동'을 주제로 한 사업을 신청했다. 이 사업안이 선정되면서 권익위에서 95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월~4월 '군포예산지킴이학교'를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사업으로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을 진행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에서 "군포시가 2006년부터 6년 동안 42건의 청소년 관련 행사를 정식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특정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주면서 6억여원의 예산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견행 군포시의원은 지난해 7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특정단체가 군포시에 매년 제출한 정산서 내용들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면서 "공무원의 관리 감독 소홀"을 문제 삼았다.


시민단체들은 또한 "군포시가 500만 원~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철쭉동산과 중앙공원 등 4곳에 야외 북카페를 설치했지만 비치된 책은 중고서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책들"이라면서 "신간을 비치하지 않은 이유가 분실 위험 때문이라고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을 비치하지 않는 북카페는 전시행정의 표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와 함께 '김연아 조형물에 투입된 예산이 얼마일까요?'라는 퀴즈를 내면서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군포시가 추진 중인 양지공원 주차장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 문제를 시민에게 알리며 예산지킴이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우천(39) 군포YMCA 시민사업팀장은 지난달 29일 "김연아 조형물 건립에 5억 원이 넘게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매우 놀라면서 군포시의 예산낭비성 사업들을 비판했다"면서 "거리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추진된 전시성·낭비성예산 사업에 분통을 터트리며 예산감시의 중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시민홍보전의 성과를 강조했다.

군포시 '국민권익위' 규탄... 국민권익위 "근거 없는 주장" 일축

 이우천 군포Y 시민사업팀장은 "군포시 예산낭비 사업을 알게 된 시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우천 군포Y 시민사업팀장은 "군포시 예산낭비 사업을 알게 된 시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군포YMCA

군포시는 시민단체의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에 발끈했다. 김윤주 군포시장이 '책 읽는 군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야외 북카페' 사업 등을 전시행정이라고 시민들에게 홍보하자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임명진 군포부시장과 행정자치팀장은 지난달 28일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후원한 권익위에 항의전화를 했다. 이어서 29일 '권익위의 자치단체 자치권 침해 강력 규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권익위가) 시민단체의 일방적 시 비판에 검증 없이 동조했다"면서 "(권익위의) 권한 오남용, 행정처리 부실 등이 규명돼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군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권익위 소속 공무원이 산본중심 상업지역에서 진행한 시 비판집회 현장에 동참했다"면서 "권익위는 이 집회의 공식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시민들로 하여금 군포의 예산 편성·집행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하는 등 권한 오남용으로 비치는 행태를 보였다"고 반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2일 "직원들이 '낭비성예산 시민홍보전'에 참여한 것은 공모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권익위 자체 홍보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행사에 참여한 권익위 직원들은 부패신고 안내 패널을 설치하고 부패신고 등의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부패근절과 공익신고의 중요성을을 홍보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군포시의 항의에 대해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군포시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권익위가 주최한) 예산낭비 근절 공모사업에 선정된 시민단체가 권익위를 후원으로 명기한 것은 통상적인 것인데 이를 문제 삼는 군포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시민단체 "군포시는 시민운동 탄압과 부당압력 중지하라" 반발

 군포시민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시민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군포시민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시민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나눠주었다.군포YMCA
군포예산지킴이시민연대(이하 '군포예산지킴이')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포시는 지역 시민운동에 대한 탄압과 부당한 압력을 중지하라"면서 "정당한 시민운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군포예산지킴이는 기자회견에서 "임명진 군포부시장과 자치행정팀장이 권익위에 6월 28일 전화를 걸어 '그런 단체에 사업을 주는 것이 잘못된 것 아니냐, 왜 사업비를 지원했느냐, 그 사람들 민노당 사람들이다'라면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한 캠페인을 마치 위법을 저지른 것처럼 권익위에 항의한 것은 군포시의 소통부재와 안하무인격 행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임명진 군포부시장은 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시민단체 행사에 (권익위) 공무원들이 참여한 것이 맞는 것인지 물으려고 전화했다"면서 "권익위 관계자가 (군포예산지킴이에)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 물어서 '옛 민노당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을 뿐 민노당에 대해 비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성복임(44) 군포환경자치시민회 대표는 3일 "군포 부시장이 민노당을 거론한 이유는 공모사업에 정당이 있으면 지원하지 못하는 규정 때문"이라면서 "이번 공모사업은 우리 단체를 비롯한 3개 시민단체가 진행한 것인데 시민단체를 탄압하기 위해 군포예산지킴이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정당 사람들을 교묘하게 끼워 넣으면서 권익위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조호진 기자는 군포시비리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호진 기자는 군포시비리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연아 흉상 #군포시 #예산낭비 #군포예산지킴이시민연대 #김윤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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