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지식인연대(http://www.nkis.kr/)에 실린 게시물. 지난 6일에 올라온 글로 박인숙씨가 남한 가족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NKIS 누리집 갈무리
물론 북한으로 돌아간 박씨가 남한을 비난하면서 "괴뢰들의 납치공작에 걸려 남조선으로 끌려갔다"며 북한당국의 선전에 이용되는 모습은 그동안 성심성의로 탈북자들을 지원해준 남한국민들이 보기에 참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행동은 그의 본심에 의한 것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북한당국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NK 지식인 연대'(탈북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탈북자의 말에 따르면, 박씨의 이복동생인 한나라당 소속 박아무개 전 의원과 모 무역회사 대표는 친누이인 박씨의 집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박씨가 전화를 걸어 좀 만나고 싶다고 하면 외면하면서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박씨가 남한에서 작성했던 수기를 직접 입수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탈북자 출신)는 자신의
기사(탈북→강제북송→재탈북→탈남… 박인숙 씨의 기막힌 인생행로)에 '남한의 이복형제들이 박인숙씨를 외면했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박씨가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에 있는 아들의 걱정과 함께 주변의 외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인다.
박씨는 해방 전에 일본에서 이미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 병원장으로 일하다가 전쟁 이후 남한에 내려와 오랫동안 한국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원장으로 일했던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전혀 없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고 아버지가 유산을 남겼다면 자식인 자신에게도 당연히 재산이 배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유산반환소송을 하려고 시도했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박씨가 "이복형제를 대상으로 부친 소유의 재산분할 소송도 생각해봤지만, 국회의원인 이복독생이 피해를 볼까봐 행동에는 옮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서도 형제들 간에 재산 때문에 법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박씨를 포함한 북한주민들은 아직도 돈보다는 형제 간의 의리나 정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박씨는 북한에 돌아가서 기자회견을 할 때 가족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았다.
북한으로 귀향한 박씨의 소식을 접한 탈북자 홍아무개씨(영국 거주)는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박씨 할머니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며 "나도 한국에 입국하기까지만 해도 남한에 가면 외가 쪽으로 친척들이 많이 있어 그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살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작 한국에 가보니 친 이모가 조카인 내게 집에 와서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소리도 하지 않더라"며 "남한사람들은 혈육도 형제도 모르고 오직 돈밖에 모르며,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만 결정하는 것이 너무 싫어 외국에 나와 살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남북통일은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때 가능필자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 문제가 단순히 박씨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실향민이나 지금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포함해 남한에 연고가 있는 수십수백만의 북한주민들이 박씨처럼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실망을 안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비참한 현실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발생한 직접적인 책임은 북한 정부에 있다. 탈북자들은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가 남긴 분단의 희생자들이다. 남과 북은 더 이상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과정은 남과 북이 60년 넘게 끊어진 민족성을 회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용할 것을 설득하고,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줘야 한다.
통일은 저절로, 그리고 공짜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은 제도와 이념을 초월해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필자가 운영하는 '통일경제포럼'(http://komts.com)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기가 직접 쓴 기사에 한하여 중복기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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