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가 170일 만에 파업을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D스튜디오에서 열린 'MBC 정상화를 위한 복귀투쟁 선포식'에서 조합원들이 그룹 유브이(UV)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MBC 프리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유성호
[기사보강 : 17일 오후 8시 50분] "170일. 저는 여기에 39일을 더하고 싶습니다. 아시겠죠? 저희가 2년 전에 싸웠던…."
MBC 정상화를 위한 업무복귀 투쟁 선포식. 재치 있는 말솜씨로 '숫자로 본 MBC 총파업'을 설명해나가던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70일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MBC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 30일부터 거리에서 투쟁해온 기간을, 39일은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당시 파업 기간을 의미한다.
한참을 목이 메 말을 이어가지 못하던 이용마 국장은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이를 지켜본 조합원들의 눈가도 이내 촉촉해졌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209일을 싸웠습니다.""8월 9일 임기 시작하는 새 방문진, 김재철 사장 해임할 것"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MBC노조)가 18일 오전 9시부로 업무에 복귀한다. MBC 노조 조합원 600여명은 17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에 걸쳐 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파업 잠정 중단'을 결의했다.
정영하 노조 위원장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 운동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는 데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사측과의 협상은 없었다. 정 위원장은 "다음 달이면 퇴진하는 사장과 무슨 협상을 하겠나"라면서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기 전에 (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 성실히 임하려고 했지만 노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노조탄압에만 몰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노조 집행부는 거듭 '김재철 사장 8월 퇴진'을 강조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8월 9일부터 새로운 방문진 이사 임기가 시작한다"면서 "그 분들이 저희들의 170일간의 파업을 평가하고 저희가 김재철 사장의 배임행위, 횡령행위 등에 대해 제기했던 고소고발 건, 경영평가 등을 통해서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처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어떠한 이면합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170일간의 MBC 파업을 국민이 뒷받침해준 것을 믿기 때문"이라면서 "여론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8월에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새 방문진이 현 방문진처럼 버티기 국면을 보이게 되면 다시 싸울 것"이라면서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MBC 정상화 위해 '포스트 김재철' 준비해야"이번 170일간의 파업의 성과로 정 위원장은 "공정보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자세가 공영방송 MBC 구성원답게 바뀐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정 위원장은 "이 정도의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MBC 노조원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국민적 여론이 모였고 그 민의를 19대 국회가 받아들였다"면서 "이제는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회사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김재철 사장 이후인 '포스트 김재철'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노조는 '공정방송협의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후임사장이 누가 오든지 단협에 명시되어 있는 공정방송협의회라는 장치가 잘 준수될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뉴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장치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기능도 대폭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그 외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공정한 인사인데, 이 부분은 김재철 체제 하에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임 사장에게 공정한 인사가 공정보도 책임자로 임용될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도 과제다. 정영하 위원장은 "이번 파업을 통해 낙하산 사장,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장이 MBC에 올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심각성을 보여줬다"면서 "이런 사장이 다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가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퇴진하는 날, 진정한 'MBC 프리덤' 완성"기자 간담회 이후, 오전에 총회가 열렸던 여의도 MBC D스튜디오에서는 'MBC 정상화를 위한 업무복귀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을 비롯해, 언론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MBC 노조를 격려하기 위해 참석했다.
MBC 파업 콘서트를 열었던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이제 올라가면 아마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힘든 싸움이 있겠지만 지치지 말고 바깥의 힘과 지지가 필요하다면 저라도 먼저 나서겠다"고 말했다.
'마봉춘 삼계탕 밥차'를 기획했던 '82쿡 닷컴'의 '발상의 전환'은 "복귀한다는 데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저희 아이에게 'MBC 뉴스라면 믿을 수 있다', 'PD수첩에서 나온 말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합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마지막 순서는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MBC 프리덤' 플래시몹. 전 조합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MBC 프리덤을 불렀다. 김민석 노조 부위원장은 "MBC 파업의 진정한 완성은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는 그날 이루어진다"면서 "캐리비안 베이에 수영복을 입고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170일간 파업의 구호였던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를 외치며 정리집회를 마쳤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170일간의 파업 성과는. "공정보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자세가 공영방송 MBC 구성원답게 바뀌었다. 외형적으로 보면 방문진법(방송문화진흥회법)이 가을에 분명히 바뀐다. 이번 파업을 통해 낙하산 사장,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장이 MBC에 올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런 사장이 다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가을에 있을 거다. 제도적인 부분에도 투쟁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 정도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MBC 노조원의 힘만으로 된 게 아니다. 국민적 여론이 모였고 19대 국회가 그 민의를 받아들였다. 170일간의 저항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는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회사로 올라가야 한다.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회사를 살리는 책임과 의무는 구성원들에게 있다. '포스트 김재철'을 준비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가을에 김재철 같은 사장 못 내려오게 하는 법 개정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