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정치검찰의 짜맞추기 공작수사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생명을 걸고 어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이나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남소연
검찰이 통보한 2차 소환 시한을 30분 앞둔 23일 오전 9시 30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본청 246호에 섰다.
원내대표로서 모두발언에 나선 그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다시 한 번 결백을 호소했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의 2차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누차 밝혔듯이 정치 생명을 걸고 어떤 저축은행으로부터도 돈이나 청탁을 받은 바 없다"며 "검찰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당당하게 기소하라, 저도 당당하게 법원에 출두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저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강압·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한 전 총리가) 결국 무죄로 밝혀졌듯이 저에 대한 이번 수사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난 후 '공정방송 사수 만화전시회' '미디어렙 체제 변화에 따른 독립지역방송 토론회'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검찰 대신 의원총회 간 박지원... 민주당도 적극 감싸기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도 박 원내대표 감싸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검찰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민간인불법 사찰 관련 의혹을 폭로해온 이석현 의원에 대해서까지 수사에 나서자 반발의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석현 의원 등 여러 의원들에 대한 흠집 내기와 물 타기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단호히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먼저 검찰개혁법안을 통해 검찰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총장 국회 출석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7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지난 4년 6개월간 표적수사와 편파수사의 대명사였으며 과거 권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죽이기' 수사로,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며 "민주당은 검찰이 '정치검찰'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나치게 비대한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검찰개혁 법안이 조기에 통과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여권 인사들의 저축은행 비리를 대선자금 문제로 확대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검찰개혁·MB 대선자금으로 정면 대응 나선 민주당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6억 원을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것에 대해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에 당선됐는데, 그때도 후원금이 한도를 넘어 일부가 불법자금으로 처리된 사례가 있었다"며 "2007년 대선은 판세가 일찍부터 결정돼 엄청난 자금이 이명박 캠프로 들어가 불법 조성되고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검찰은 (최시중 법정 진술에 대해) 수사단서가 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선 자금에 대해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기정 최고위원도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실토한 건수가 여러 건"이라며 "성공한 사업가가 최시중 위원장에게 줬다고 법정에서 밝힌 6억 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준 돈 3억 원,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줬다고 보도된 30억 원" 등을 거론했다.
강 최고위원은 "물론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선자금의 특성상 밝혀지지 않은 많은 돈이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당 차원에서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해 정면 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 지도부는 '강경 모드'지만... 속내 복잡한 민주당당 일부에서는 박 원내대표와 검찰 간 대치가 길어질 경우 대선을 앞둔 당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고, 새누리당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정두언 의원이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한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이 버티기를 할 경우 당이 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결백하다면 검찰 조사에 임해 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에서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하지만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구속되고 기소된 마당에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에게 당에서 먼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저축은행 비리에) 문제가 없다면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게 당과 대선주자들의 운신 폭을 넓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검찰 조사에 응하는 순간 검찰은 구속 수사에 사활을 걸 것이고, 원내 사령탑의 구속이야말로 대선을 앞둔 당에 최악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상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한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제1야당 원내대표의 사진 한 장"이라며 "검찰의 속셈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정치검찰공작수사대책특위 위원장인 이종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여러 번 반복됐듯이 이번에도 검찰의 수사행태가 정치공작 성격이 분명해 당 차원의 대응은 불가피하다"며 "검찰 보고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신 있으면 기소하는 것이고 우리는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8월 임시국회 열릴까...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이에 따라 민주당과 검찰의 '줄다리기'는 임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8월 3일 이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임시국회가 소집되지 않을 경우, 박 원내대표는 불체포 특권의 보호막을 벗게 되고 이에 따라 검찰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박 원내대표의 신병 확보에 나설 경우 민주당은 물리적 저지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다.
현재 새누리당은 "방탄국회는 없어져야 할 구태 정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도 명분 없이 8월 임시국회 소집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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