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규탄 수도권 집중집회7월 25일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있은 고용노동부 규탄 집중집회에서 이재웅 민주노총서울본부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고기복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엄격하게 사업장 변경을 제한받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첫째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 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고자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 둘째 휴업·폐업 그밖에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 사업장의 휴업·폐업 등으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으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두고 있는데, 이는 3개월 이상의 임금체불이나 폭행, 상습적 폭언, 성희롱, 성폭행, 불합리한 차별 등과 같은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증빙이 있을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싫다고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상당한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의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은 이상, 사업장 변경이 불가하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측에서 이주노동자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4년 평균 40%가 넘는(40.5%) 비율로 사업장 변경 신청자가 있다는 말은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말해 준다.
회사가 망하거나 월급을 못 받거나 얻어터지지 않는 이상,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이들임에도 40%가 넘는 사업장 변경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고용노동부와 생각을 같이 하는 내국인은?이해당사자인 고용주들은 당연히 고용노동부와 같은 입장이다.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의 잦은 이직으로 ▲ 생산성이 하락하고 ▲ 영세업체의 인력난이 심화되며 ▲ 성실한 다른 노동자까지 근로의욕 저하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를 제도를 통해 옭아매려 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아마 이들은 추후에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내국인과 차등적인 임금체계를 도입하자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언론이나 내국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실례로 지난 5월 24일 고려대 학보사 고대신문이 고대 재학생 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다문화사회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려대 재학생의 58.8%는 '이주노동자가 취업이나 급여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고려대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이주노동자가 취업이나 급여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이 안티 외국인단체들이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데, 이런 주장은 결국 자기 자신들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간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내국인 노동자 문제반 외국인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에는 눈을 감거나 차별 혹은 차등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티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논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이주노동자 고용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은 힘들고 위험하고, 작업환경은 좋지 않은데다 임금은 적어서 내국인들은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주노동자마저 일하려 하지 않거나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고, 임의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면 그런 사업장은 견뎌낼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업장이 견뎌낼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보태준다.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도 위배됨에도 3년이라는 장기 근로계약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작성해 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못박아준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고용할 수 있는 고용주들만 횡재하는 구조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게 해 달라고 늘 아우성이다. 고용주들의 주장이 관철되면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 잠식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정도 되면 안티 외국인단체들은 들고 일어나야 하는데 조용하다. 자신들의 주장처럼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되는 것을 눈 뜨고 쳐다봐야 할 상황이다. 누가 조용히 하라고 한 것도 아닐 텐데, 이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차별을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자가당착에 빠진 것일까.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거나 차등 대우함으로 이득을 취하려 하는 유아적 태도를 버리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잠식을 염려하는 내국인들의 고용시장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고용노동부가 외국인력 정책 관련해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은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관련 지침은 '노동자는 하나'라는 연대의식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고,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에 대한 철폐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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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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