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5월 1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소연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를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로 평가한다. 물론 왜 이런 평가를 내리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를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 황당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당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5.7%대로, 이는 역대 대한민국의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였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때보다도 낮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당내 반발 때문에 열린우리당 당적마저 지킬 수 없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많은 일을 했다. 그는 특권과 반칙에 저항했다. 그는 지역감정에 맞서 싸웠으며,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거대 언론과도 일전을 불사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과 같은 권력 기관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막아내려고 했으며, 스스로도 청와대를 탈권위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한 면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IMF이후 한국에 밀어닥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선봉에 선 듯 취임 초부터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더니, 이후 삼성전자 사장을 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하고, <중앙일보> 사장을 주미대사에 임명하는 등 삼성 친화적 태도를 보이다가, 임기 말에는 한미FTA를 추진하기 이르렀다.
그 사이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결국 88만 원 세대라는 참혹한 단어가 말해주듯 국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최대의 과오는 "노무현만 아니면 다 된다"는 국민적 착각을 만들어냄으로써 도덕이고, 정의고 다 집어치우고 단지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감어이설에 속아 그를 대통령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무현 정부의 과오가 크다고 해도, 민주화를 압살한 군사 독재 정권에 비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의 과거와 박근혜 후보의 과거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박근혜 후보와 똑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그 역시 자신이 몸 담았던 과거 정부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E. H. 카의 명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 현재는 과거를 성찰하면서 미래를 계획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 아무런 교훈이 되지 못한다. 과거에 잘못된 일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일은 다시 반복된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잘된 일이 있다면 이것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성찰해 볼 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단지 문재인 후보만의 과거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세력의 과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나라 민주세력이 다시 역사적 소명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시도해야 한다. 공은 무엇이고, 과는 무엇이고, 공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고, 과는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탐구하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나, 미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과거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흡사 자신에 대한 공격인 양 이를 덮으려 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후보는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추종세력을 넘어서 보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다. 왜 노무현이란 망령에 사로잡히려 하는가? 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이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지 않는가? 과연 이것을 노무현 대통령 역시 바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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