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유기농단지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명동을 행진하고 있다.
최지용
팔당 두물머리는 1970년대부터 유기농사가 시작됐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 많게는 10여 가구가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단 4개 농가만 남아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유기농을 위한 하천점용허가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공사 집행을 막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농사지을 권리'를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남은 두물머리 농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자전거도로와 공원화를 진행하면서도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출발점인 의미를 살려 농지를 보존하는 절충안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 철거에 나선다면 온 몸을 던져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에 나와 주신 모습에 힘을 얻는다"며 "강제철거가 예고된 8월 6일에도 여기 계신 분들,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팔당을 지켜주신다면 정부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동에서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후 청계천과 덕수궁 대한문을 거쳐 정동에 위치한 서울국토지방청까지 행진을 벌였다. 팔당 유기농단지 공사를 포함해 4대강 사업 한강 구간은 서울국토지방청이 발주기관이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 앞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는 두물머리를 방문해 농민들의 의견을 듣고 강제철거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팔당공대위에 따르면 이용훈 주교는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을 꼼꼼히 보면서 정부가 시민의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며 국민을 섬기는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8월 6일을 전후해 두물머리에서 대집행이 벌어진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이어 "농민이나 노동자와 같은 이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일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또한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두물머리를 친환경적으로 보존하는 중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통해 두물머리 8만평 규모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식목식재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면, 농민들은 사업부지 내 유휴지(계획이 없는 유보지)에 1만2000평 규모의 시민참여형 유기농장을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민주통합당 이미경, 박기춘 의원과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등 국회의원 61명이 "정부는 두물머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행정대집행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