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서출판 '한울'이 펴낸 <독재자의 노래>
한울
최근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한울 출판사가 펴낸 <독재자의 노래 :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는가>. 나폴레옹,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마오쩌둥, 김일성, 박정희, 카스트로 등 '내로라하는' 독재자들이 음악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가 제자·후배들과 함께 집필한 책이다.
사단법인 음악사연구회 소속 회원이기도 한 이들이 8편의 글을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독재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통제와 폭력은 물론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활용하며, 대중의 취향을 동일화하는 전략도 취하는데, 음악이 독재자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란 것이다.
그 '여기'는 나폴레옹의 예를 보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왜 집권하자마자 파리오페라단에 손을 댔는지, 왜 오페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파리오페라단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는 한편 나머지 도시 오페라 극장들은 대대적으로 퇴출시켰는지, 그 이유를 책은 이렇게 적고 있다.
"수많은 전투에서 거둔 나폴레옹의 영웅적 승리에 크게 고무되어 있던 파리 청중들에게, 오페라 작품 속의 영웅과 나폴레옹을 연결시키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영웅적 주제의 작품이 오페라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황제 자신이 무대에 오르는 효과가 있었고, 그로써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나폴레옹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확실히 도드라지는 '김일성의 노래'이처럼 <독재자의 노래>는 나폴레옹 외에도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마오쩌둥 등 음악사와 독재가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조명한다. 물론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인간의 정신세계와 직접 맞닿아 있는 음악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의 노래'는 확실히 '세계적'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로 대변되는 북한 선수들의 판박이 소감, 그 음악적 연원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정교한 '노래'를 대변하는 것이 국가적인 차원의 전통음악 변용이다.
"판소리는 너무 옛날 것이기 때문에 흥미가 없습니다. 남도창은 양반들이 갓 쓰고 당나귀를 타고 다니던 시절에 술이나 마시면서 앉아서 흥얼거리던 것인데 우리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남도창을 민족 음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부 동무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책 본문, 1964년 7월 김일성 교시)전통 음악 고유 음색인 탁성을 없애는가 하면, 전통 국악기를 대대적으로 개량하고, 전통민요보다는 창작민요 탄생을 유도한다. 이와 같은 전통음악 변용의 제1목적이 김일성의 찬양과 우상화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독재자의 노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희석됐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타 독재자의 경우보다 훨씬 정교한 음악적인 세뇌가 이뤄진 셈이다.
박정희의 노래... '씩씩하면서도 명랑하게'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