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광풍각에서 열리고 있는 '소쇄원 16영 재현' 행사를 관람하러 이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주빈
광주문화재단이 소쇄원에서 재현한 '선비들의 여름나기 소쇄원 16영'은 풍류에 서린 양산보의 애한을 좇는 좋은 시작이었다. 그 밑바탕은 조선 중엽 최고의 선비로 꼽혔던 하서 김인후의 오언절구 <소쇄원 48영>. 광주문화재단은 이 가운데 행위로 재현할 수 있는 16영을 골라냈다. 박물화된 유적지에 생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시도다.
재현극은 1540년에서 1550년 무렵의 어느 여름 한 날에 담양 소쇄원에서 은거하던 양산보가 자신의 벗들인 하서 김인후와 김윤제를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쇄원(瀟灑園)은 '시원하고 깨끗한 정원'이라는 뜻이다.
먼저 제월당(霽月堂)에서 차를 대접한 양산보는 벗들을 광풍각(光風閣) 아래 연못가로 이끈다. 사람들이 자신을 '소쇄옹'으로 불러주길 좋아했던 그. 하서 김인후는 '못가 언덕에서 더위 씻기는(池臺納凉)' 그의 모습을 이렇게 노래했던가.
"남녘땅의 무더위는 견디기에 어렵지만이곳 땅은 유독 달라 가을 같이 서늘하네언덕 위에 바람 불자 대숲들이 일렁이고연못에서 넘친 물이 바위타고 흐르누나."스승을 잃고 세상과 연을 끊은 양산보. 그 높고 쓸쓸한 허무를 '언덕 위 바람'과 '넘치는 물'이 위무했을 것이다.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치유 받은 양산보의 모습을 하서 김인후는 "앉은자리 무너질까 무섭지도 아니하고, 관조하는 늙은이는 편안키가 그지 없네"라 했다.
광주문화재단은 하서의 구절 가운데서 '상암대기'(床巖對棋 평상바위에서 장기 두다), '복류전배'(洑流傳盃 도는 물에 술잔 띄우다), '조담방욕'(槽潭放浴·조담에서 미역 감다), '옥추횡금(玉湫橫琴 옥추에서 거문고 비껴 차고)' 등을 끄집어내어 양산보와 김인후, 소쇄원을 되살려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