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자전거 대여소, 1회 이용시 1만원을 내면 1만원권 상품권을 교환해 주니까 공짜나 마찬가지입니다.
신광태
지난 4일. 여름휴가를 화천 쪽배축제에 맞춰 다녀왔습니다. 기사 앞머리에 나온 대화는 한 지인의 연락을 받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눴던 것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나를 초청한 지인과 나눈 대화가 아니라 그와 함께 온 (처음 만난) 어느 할아버지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자전거 대여 업무가 군청 어느 부서의 일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관광과 소속이라는 이유로 직무유기까지 운운한 건 지나친 실례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라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왜 이 사람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했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은 이랬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가족 중에는 지체부자유자인 손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갈 때나 밖에 나갈 때면 늘 옆에 보호자가 있어야 했지요. 그래서 이 아이는 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를 가엾게 여긴 할아버지는 화천여행에 손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화천에 도착하자마자, 시골에 온 것이 마냥 신난 손자는 붕어섬 입구의 자전거 대여소를 가리키며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졸랐답니다. 섭씨 36도가 넘는 날씨. 할아버지는 손자를 말려봤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아이 혼자 자전거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한 대를 빌렸습니다.
이를 본 자전거 대여소에서 일하는 박분이(49·화천읍 거주)씨는 '아이가 길을 잃거나 차량이 다니는 일반도로로 나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한대 공짜로 빌려 드릴 테니 할아버지가 같이 동행해 주시면 어떠냐'고 제의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손자, 이 녀석은 약간의 장애는 있지만, 판단력이 좋아서 어렵지 않게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할아버지는 자전거 코스가 타원형으로 형성돼 있고, 손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동행하기를 거절했습니다.
손자의 벌게진 얼굴,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