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곳에 진흙을 붙여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신광태
옛날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농촌에는 제비들이 참 많았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늘 자기네 집 제비 이야기로 바빴다. 그런데 이유가 뭔지 우리 집에는 제비가 집을 짓지 않았다. 제비가 집을 짓기 용이하도록 널빤지를 처마 밑에 달아두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늦은 봄날, 우리 집에도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친구들에게 우리 집 제비는 어떻게 생겼고, 오늘은 얼마만큼 집을 지었다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했다.그러나 해마다 제비가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우리 집에 왜 제비가 집을 짓게 되었었는지 이젠 고백 해야겠다.
제비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이 있다. 그 영역에 동종의 동물이 침입하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다. 따라서 한 농가에 제비 한 쌍만이 집을 짓고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 옆집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사셨는데, 그 할아버지는 서울에 사는 아들 집에 올라가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 집에는 제비가 집을 짓고 산다.
'저 할아버지 집을 제비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제비들은 우리 집에 집을 짓고 살겠지'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께서 제비가 집을 짓기 편하도록 정성스럽게 매달아 놓은 널빤지를 떼어내, 반쯤 공사가 진행된 제비집을 부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그 제비는 우리 집에 와서 새로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제비가 할아버지 집에 살던 제비라는 것은 할아버지 집으로 드나드는 제비가 없어진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혹시, 저 녀석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망친 범인이 나였음을 알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집에 침투했을 때 입었던 옷은 한동안 입지 않았다. 제비들이 알면서 모르는 척해주었는지, 그 이후로 우리가 이사를 할 때까지 해마다 제비들은 봄만 되면 우리 집을 찾았다.
"제비가 담배 한 갑 정도는 물어다 드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