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논문 표절의혹에 관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남소연
"정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임명 진행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청와대 내에서 현 후보자 재임명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현 후보자의 인권위원장 임기는 지난 달 16일 이미 종료됐고, 국회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 채택은 지난 달 18일 무산돼 20일 넘게 인권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현 후보자 연임반대가 매우 강하고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반대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현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혹시 다른 인권위원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는 '현병철을 대체할 대안은 없다, 그러나 임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로 종합된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대체할 인물을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애초 청와대에선 금주 내로 현 위원장 임명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없었고, 8일까지도 마찬가지. 청와대 내 논의가 없고 대안 물색도 없는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
대국민사과 직후 '고집인사' 강행? 임명시기 더 늦춰질 수도그러나 대통령의 결심도 쉽지 않다. 여당이 현 후보자 연임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어, 대통령이 재임명을 강행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임명 국민 여론도 나쁜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집 인사'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의 관계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주 휴가 직전, 이상득 전 의원과 김희중 청와대 부속실장 등의 저축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측근비리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직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인사를 한다면, 현재 20% 밑으로 떨어진 국정지지도를 만회하는 건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자신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면 반년 가량 남은 임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청와대 내에 팽배하다.
결국 현병철 인권위원장 후보자 재임명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돼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올림픽 열기가 최고조일 때, 슬그머니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현병철 후보자 외에 다른 대안검토는 없는 가운데, 임명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뜨거운 감자가 식길 기다리는 것이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도 인권위가 해야 할 일들은 다 처리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인권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 국정운영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 만큼 위원장 임명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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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현병철, 임명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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