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돌아온 박근혜에 '열광', 비박 주자들에겐 '야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비박 주자 '봉변'... 중도퇴장 행렬에 분통 터뜨리기도

등록 2012.08.09 21:35수정 2012.08.0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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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스치고 있다.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스치고 있다.남소연

"이번에는 되겠지. 국민이 된다고 카면 되는기다. 꼭 이겨서 대구로 돌아와요. 근혜, 이기고 돌아와. 내가 눈물이 날라 칸다."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의 상인 '기선이네 집'의 인터뷰가 나오자, "와" 하고 함성이 터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자유주제 동영상 '이기고 돌아오라'의 첫 머리였다. 박 후보는 이 동영상에서 "오늘도 고향을 향해 간다, 정치를 결심하고 정치인으로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냈다. 지지자들의 '박근혜' 연호는 멈추지 않았다.

9일 오후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박근혜 후보를 향한 열기는 뜨거웠다. 당 자체 추산으로 80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당 관계자는 "김천실내체육관의 좌석이 7000석인데 다 차고 1층과 체육관 밖에까지 사람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치러진 합동연설회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대다수가 박 후보를 응원하는 이들이었다.

박 후보가 합동연설회 전 체육관에 모인 당원들과 인사를 나눌 땐, 2층 관람석에 있던 당원들도 일제히 일어나 박 후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일부 당원들은 박 후보를 촬영하기 위해 관람석 난간에 매달리기도 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박 후보 지지자에게 봉변을 당했다. 한 50대 남성이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는 김 후보의 멱살을 갑자기 움켜쥐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인데 일부러 다른 후보 지지자 자리에 앉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짓을 한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자랑스러운 '성장의 역사' 부정하는 세력, 안 된다"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가서도 박 후보와 다른 후보 간의 차이는 명백했다. 박 후보의 목소리는 지지자들의 함성과 박수에 묻혔다. 연설 중 터져 나온 '박근혜' 연호만 총 8번이었다.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의 연호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의 연호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마이크를 잡자, 휴대폰을 꺼내 든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후보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마이크를 잡자, 휴대폰을 꺼내 든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후보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남소연

박 후보는 "12월 19일 최후의 승부가 남아 있다"며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길 수 있는 필승후보를 뽑아야 한다, 야당과 싸워 백전백승을 한 후보가 과연 누구인가"라며 기세를 올렸다. 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다섯 후보 경쟁할 땐 하더라도 하나될 땐 한 가족"이라며 비박 후보들의 공세를 통 크게 받아 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과거를 공격하면서 자랑스러운 성장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세력이 모두 잘 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단 선배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겠느냐,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네거티브에만 골몰하는 야당이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느냐"며 비박주자 및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일축했다.


이어, "저는 산업화 시대의 공과 과도, 민주화 시대의 공과 과도 다 안고 갈 것"이라며 "각각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은 고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 K2 공군기지 이전 ▲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사업 추진 ▲ 3대 문화권 관광사업 추진 등의 지역 공약을 밝히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박근혜 연설 끝나자 '집단퇴장'... 찬 바람 맞은 비박 후보들

이처럼 박 후보에게만 편향된 분위기 탓에 다른 비박(非朴) 후보들은 대구·경북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다.

안상수 후보는 경북 영주의 순흥안씨 출신임을 내세웠고 김문수 후보는 경북 영천에서 나고 경북중·고등학교를 나왔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후보는 경남지사 당시 대구·경북과 함께 '영남권 신공항'을 추진했노라고 밝혔다.

특히 안상수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를 하고 헌정을 중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과 과는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호미 한자루 없을 때 40여 년 전 세계적인 철강회사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보내자"고 발언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9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김천 실내체육관. 박근혜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는 이들로 관중석이 꽉 차 있다.
9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김천 실내체육관. 박근혜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는 이들로 관중석이 꽉 차 있다.남소연
 박근혜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임태희 후보가 연단 마이크 앞에 서자, 체육관 관중석을 채웠던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퇴장해 빈자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임태희 후보가 연단 마이크 앞에 서자, 체육관 관중석을 채웠던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퇴장해 빈자리가 도드라져 보인다.남소연

그러나 박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체육관을 꽉 메웠던 당원들 상당수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보가 보이지 않는 무대 뒤쪽까지 찼던 사람들이 일어나자 곳곳에서 빈 자리가 보였다. 박 후보에 이어, 단상에 오른 임태희 후보는 "지금 이 시간은 (허락된 연설시간에서) 좀 빼주셨으면 좋겠다"며 "장내 정리하고 (연설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임 후보는 빠져나가는 당원들을 향해 "각자 지지하신 분들이 계시고 대충 짐작할만 하지만 여러분과 저는 공통점이 있다"며 강조했다. 또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의 '박근혜 막말' 논란을 겨냥, "우리 당의 유력후보에 대해 막말이나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면서 박근혜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기도 했다.

김태호 "특정후보 연설 끝나고 다 빠져나가... 우리가 한 배 탄 것 맞나"

그러나 비박 후보들의 박근혜 견제는 여전했다. 수위만 낮아졌을 뿐이었다.

 공천뇌물과 차명후원금 파문으로 친박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공천뇌물과 차명후원금 파문으로 친박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남소연

당장, 임 후보는 "공천에 돈이 오갔다고 언론에 도배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우리 당에 건강한 비판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병들었기 때문"이라며 뇌물공천 의혹의 근본적인 원인을 '박근혜 사당화'라고 꼬집었다. 또 "지난 50년 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것은 영·호남 지역갈등에 기초를 둔 악순환 구조"라며 "광주·전남은 김대중의 신화에서, 대구·경북은 박정희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야유를 받은 김 후보는 연설 도중 "여러분들, 박근혜 후보한테 엄청 박수 많이 치던데, 저한테도 좀 쳐주셔야죠"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뇌물공천 의혹'과 관련,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굉장히 잘했지만 그 절대권력 때문에 부패가 일어났다"며 "(박 후보가) 모든 공천 비리 의혹을 다 깨끗이 털고 가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단상에 선 김태호 후보는 "특정후보의 연설이 끝나니깐 (당원들이) 다 빠져나갔다"며 "과연 지금 우리가 한 배를 타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축구 종주국 영국이 우리에게 패해 4강에 나가지 못한 것은 오만함 때문"이라며 "4월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 절실함과 변화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또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강을 달성한 홍명보식 축구의 핵심은 균형인데 새누리당의 균형은 깨진 상황"이라며 "조금만 다른 소리를 해도 대선승리에 걸림돌이 된다고 하고, 지지율 1% 안 되는 후보가 말이 많다고 하는 오만한 모습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김문수 #김태호 #대선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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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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