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요리 준비하시는 아버지아주 건강했던 시절의 아버지, 그때는 아버지가 차려주신 밥을 참 많이 먹었다. 내가 아버지 옆으로 가면 "치나 봐라. 저~ 가 있어. 아버지가 해야 맛있다"고 말씀하셨다.
배지영
나이가 들었어도 부엌에 서는 한 남자를 알고 있다. 내 시아버지 강호병님. 재료만 있으면 무슨 요리든 할 수 있다고 하시는 분. 자식들 먹이고 싶어서 손수 물고기도 잡고, 닭도 잡아 밥상 차리시는 아버지. 손주들이 라면 먹고 싶다고 하면, 당면까지 넣고 끓여서 라면은 쳐다보기 싫게 만드는 귀여움의 소유자. 내가 아버지 옆으로 다가서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치나 봐라(비켜라). 저~ 가 있어. 아버지가 해야 맛있다."아버지는 우리 집에 두 번 오셨다. 11년 전에 우리가 이사했을 때와 2년 전 겨울. 아버지는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암세포를 줄이는 치료를 받고 계셨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병원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셨다.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시누이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군산과 서울을 오가던 때라 끼니를 밖에서 해결할 때가 잦았다.
아무리 시장해도, 아무리 고급 음식점에 가도, 사 먹는 밥이 안 넘어가는 날이 있기 마련.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 시누이들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우리 남편. 당신들의 막내 아들은 깊은 밤에 고속도로를 몇 시간째 달려오는 식구들을 위해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이고, 전을 부치고, 생선을 구웠다. 그리고는 정갈하게 밥상을 차리고 기다렸다.
꽃차남에게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