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사태로 촉발된 통합진보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인숙, 정성희, 박승흡, 최규엽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시일 내 혁신을 거부하는 구태를 청산하고 노동 중심의 진보대통합당으로 혁신재창당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혁신파는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신당창당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신당창당에 직접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을 부결시킨 구 당권파에 대한 배제의 뜻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은 당내에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이에 따른 중앙위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을 포함한 비례대표 후보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건부'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권파에 의해 두 의원의 제명안이 처리되지 못하자 '조건부'조차 뗀 지지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혁신파인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직후 논평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진보정치의 뿌리였던 노동대중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매서운 결정 앞에 진보정치가 진정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길을 빠른 시일 안에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혁신파는 9월 말께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때, 민주노총 단위별 노조의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혁신파 핵심 관계자는 "당분간 현대증권 노조처럼 집단 탈당하는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창준위가 발족할 때에는 이에 합류할 민주노총 단위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입지가 좁아진 구당권파는 중앙위원회 개최를 통해 역전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중앙위 의장인 강기갑 대표가 중앙위 개최 연기를 요청해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은 14일 회견을 통해 "절차상 흠결이 있더라도 중앙위를 개최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구당권파만의 중앙위 소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더불어 8월 말 경 당 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구당권파는 '분열·분당 저지 당 사수 비상회의'도 구성해 입당운동과 당권회복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당의 분열·분당·탈당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해, 당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