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점유율이 53.13%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롯데와 신라 점유율이 79.13%로 증가해 독점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노조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은 인천공항 전체매출에서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롯데가 50%, 신라가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꼴찌인 셈이다. 하지만 3개 면세점중 국산품 판매비중은 월등히 높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꼴찌'라고 말하고 싶다.
재벌면세점들이 수입외산품 판매에 치중하는 것은 수익창출을 제1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국민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의 단어는 애당초 그네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재벌가의 한 부자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질문에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답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공항면세점은 최소한의 공공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공항에서 국산품을 멸종시키거나 되살릴 수 있는 권한은 결정적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쥐고 있다. 국산품들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에는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러고도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면서 외쳤던 '공항은 주권이다'를 다시 힘있게 외칠 수 있겠는가?
인천공항의 설립 목적중 하나인 공공성을 위해서 면세점의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을 하향조정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또한 국산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한해 최소보장액을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이럴 경우 공항에서 국산품을 외면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의 경우 국산품을 팔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우선적 판매와 장려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서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천공항이 갖는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서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이나 최소보장액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국산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도 꾀하고, 공항에서 홀대받고 있는 국산품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지금처럼 수익성만을 좇는다면, 인천공항의 공공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다시 한번 공항에 대한 민영화 바람이 불면 민간기업 뺨치는 이러한 수익성 집착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공사는 MB정부 출범 이후 지역 면세점을 폐쇄시키며 구조조정을 당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관광공사에 강제할당된 감원인원은 221명이었다. 숫자는 적게 보일이지 모르지만 정원대비 감원목표는 공공기관 중 최대였다. 집권하기 무섭게 2008년 공문을 통해 221명을 잘라내라고 했다. 지난 2010년에는 실제로 121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원했다. 이중 면세사업단 직원은 96명으로 사업단 전체의 52%였다. 감원당한 96명의 자리는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필수인력 자리였고, 따라서 이 자리는 80여 명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MB정부의 그릇된 노동정책으로 집권 4년 동안 정리해고가 빈발했고 사라진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안정된 정규직 자리는 줄이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자리는 늘려가는 MB정부의 노동정책이 실현된 축소판이 바로 관광공사 면세점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면세점 민영화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이 철수할 경우 국산품 판매원들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재벌면세점은 국산품을 판매하던 장소를 수익창출의 원칙에 따라 수입 외산품들로 채워나갈 것이고, 국산품을 판매하던 여직원들의 자리는 인건비절감의 원칙에 따라 외산품 판매 비정규직 여직원들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실천한 MB정부 세계 어디에도 면세점을 늘리는 정부는 없다. 면세점이 늘어갈수록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정부에서는 면세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면세시장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금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도 사상최대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면세시장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벌면세점들의 독과점만 강화시켜 주는 이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면세사업이라는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재벌면세점들은 면세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공적기금으로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아울러 재벌면세점들은 수입외산품 판매를 위해 외화를 해외상품대금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런데도 면세시장 성장의 과실이 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재벌들의 주머니로만 들어가고 있다.
'MB정부 = 재벌특혜'라는 공식이 일치하는 현장이 바로 면세시장이다. MB 노믹스라고 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뼈대로 한 MB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재벌면세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세금은 줄이고 시장은 키운다'고 하더니 면세시장에서 이를 완벽히 실현시키지 않았는가. 국가는 세금 걷기를 포기했는데, 면세시장을 독과점한 재벌가 딸들은 웃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민영화로 그 대미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면세점의 '슈퍼갑' 루이비통, 이런 굴욕이 없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