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 벽화
조을영
여기, 대구 수성동에 김광석을 기리는 골목이 있다. 작은 골목 하나만이 아니라 방천시장 전체가 김광석을 기리는 공간으로서, 익살스럽거나 혹은 그윽한 감성을 가진 벽화들 안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 시장 한 켠에서 전파사를 하던 아버지의 재롱둥이 아들로서 잠시 살았던 대구를 알리며, 김광석은 오늘도 방천시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보리밥집', '김광석 건어물전' 등 이 시장 많은 상인이 '김광석'이란 브랜드를 걸고 장사를 한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의 이름을 내건 보리밥집에는 마실 나온 노인들이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혼자 낮술을 하기도 하고, 손님 없는 건어물전에는 길고양이들만 호시탐탐 처마 밑의 북어를 노리고 있다.
'셋방 있음', '개조심' 같은 정겨운 글들이 써진 종잇조각이 붙은 대문. 그 앞에선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노인들이 평상에 앉아 삶의 타래를 풀어내기 바쁘고, 시장 안 빈 점포들을 빌려 작업실을 꾸민 작가들은 문을 꽁꽁 닫아걸고 어딜 출타한 것인지 보이질 않는다.
골목길 저 너머론 고층아파트의 정수리가 불끈 솟아있지만 이 골목만큼은 여전히 과거를 간직한 채 멈춰 섰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을 모방해서 화가들에게 작업실을 무료 임대해주고, 그 혜택을 입은 이들은 시장 상인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상인과 작가들이 시장이란 거대한 도화지 위에 창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시장 자체를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두드러지지만 그 무엇보다 '김광석 벽화 골목'에 기울이는 애정이 가장 돋보인다. 그 중 상인들의 젊은 시절과 김광석의 사진을 섞어 걸어둔 '김광석 길'은 전국의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
상인들 젊은 시절과 김광석 사진 건 '김광석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