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축산분뇨자원화시설 논란

주민들, 특혜 의혹 제기하며 격렬 반대... 화순군 "특혜 없다"

등록 2012.08.21 12:02수정 2012.08.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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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화순군청 앞에서 축산분뇨자원화시설 건립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도곡 능주면 주민들과 대치중인 화순군 공무원들
16일 화순군청 앞에서 축산분뇨자원화시설 건립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도곡 능주면 주민들과 대치중인 화순군 공무원들박미경

전남 화순군 능주면 원지리 일원에 들어설 예정인 축산분뇨자원화 시설 건립과 관련,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며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어 지역사회에 긴장감이 일고 있다.

군수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격분한 주민이 던진 돌에 군청 청사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주민은 개발행위허가가 받아들여질 경우 분신자살을 예고하기도 했다.

조성예정지 인근 능주면과 도곡면 주민 200여 명은 지난 16일 화순군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열고 "도곡면과 능주면에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18일 사업자가 능주면 원지리에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짓겠다며 화순군에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했고 조만간 화순군이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이 알려지자 이날 반대의사를 다시 전달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

이들은 조성예정지가 화순이 자랑하는 녹십자가 위치한 생물의약산업단지와 화순농어촌뉴타운, 600억 원 규모의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인 도곡온천관광지구 등 화순의 대표적인 시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능주와 도곡은 자타가 인정하는 화순관내 13개 읍면 가운데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때문에 이곳에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이 들어설 경우 화순발전에 저해는 물론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성예정지가 하수종말처리장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가뜩이나 악취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이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또 "사업자 등이 '공원 같은 시설'임을 강조한다"며 "공원 같이 좋다면 당초대로 군수 고향마을에 짓든가 사업자의 사업장이 있는 화순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인근에 지어 전국적으로 자랑하라"고 주장했다.

또 "시설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화순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고 2개 지역 면민전체가 반대하는 등 집단민원이 있는 지역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성예정지는 인근에 7개 마을 1000여 호 가까운 주택이 밀집돼 있고 시설원예단지와 도곡온천관광지구, 생물의약산업단지 등에 둘러 쌓였으며 농어촌뉴타운과 목사골복원사업, 대규모 리조트 건설이 추진 중인 화순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주장이다.


또 "지금은 소의 분뇨만 이용해 퇴비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소의 분뇨만으로는 퇴비를 만들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돼지와 닭의 분뇨, 음식물 찌꺼기까지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업자 등이 '현대적인 시설을 갖춰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 공원 같은 시설'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운반이나 퇴비생산과정에서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성예정지 인근에는 돼지집단사육단지가 있어 가뜩이나 악취에 시달리고 있고,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로 인한 악취도 만만치 않다"며 "유독 능주에만 각종 혐오시설을 짓겠다는 것은 능주도곡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또 "군수는 군민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각종 사업추진시 군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맞다"며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누가 봐도 A씨 개인의 사업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군수는 특정개인보다는 다수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도곡능주주민들에게 주민협의를 통한 사업추진을 약속하는 홍이식 화순군수
도곡능주주민들에게 주민협의를 통한 사업추진을 약속하는 홍이식 화순군수박미경

이에 대해 홍이식 군수는 운반과정 등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점과 화순군이 사실상 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홍 군수는 "운반과정에서의 냄새 등을 감안하면 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다른 지역도 능주도곡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지역에는 안 된다'고 한다"며 사실상 주민들의 양보를 요구했다.

또 "사업자가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으니 화순군의 땅을 달라'고 해서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이 화순군차원의 특혜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그럼 어디에 했으면 좋겠냐"고 말머리를 돌렸다.

축산분뇨자원화시설 조성과 관련 의회 등에 책임을 떠넘기다가 주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홍 군수는 "이 사업은 자신의 임기 중에 시작된 사업이 아니며 의회가 예산을 승인하며 추진하라고 했고 집행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군의회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주민들이 "하수종말처리장 옆에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냐"며 군수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압박했고 군수는 마지못해 "30일까지 화순군과 화순군의회, 주민대표, 사업자의 협의를 통해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군수는 "임흥락 군수 시절 화순군이 도곡과 능주에 더이상 혐오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당시 축산폐수공동처리장을 짓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더이상 짓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또 사업자에게 여러 번 "반대가 심하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권유했지만 기어이 거기에 하겠다며 화순군에 허가신청을 냈다"고 밝혀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화순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축산분뇨를 수거해 퇴비로 만들어 친환경농가에 보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5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화순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은 화순읍과 능주면, 춘양면 등을 권역으로 묶어 총 100억원(국비 50억, 도비 12억, 군비 28억, 자부담 10억)을 들여 친환경농자재생산시설, 친환경농축산물생산시설, 축산분뇨자원화시설, 산지유통시설, 교육관광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정부 사업이다.

당초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현 홍이식 군수의 고향마을인 춘양면 우봉리에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우봉리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사업자가 대체부지를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업의 순서가 다소 뒤바뀐 우스운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조성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첫삽도 뜨지 못했는데  23억 원 상당의 농기계구입과 보관창고가 먼저 지어지면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농기계보관창고는 사업자의 개인 사업장에 보관돼 있다.

게다가 부지마련을 못한 사업자가 장소를 군유지인 도곡면 죽청리 일원으로 옮기고 화순군이 사업자를 위해 임대나 매각이 불가능한 '행정재산'인 죽청리 군유지를 임대나 매각이 가능한 '일반재산'으로 변경해 주면서 특혜의혹이 증폭됐다. 죽청리 군유지는 화순군이 '축산폐수공동처리시설' 설치를 위해 수질오염방지시설로 지정한 행정재산이었다.

또 일반재산으로 변경되기도 전에 사업자에게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군유지를 임대 또는 매각하기 위해서는 군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무시했다.

여기에 임대한 군유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나오면서 특혜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에 사업자는 화순군에 해당 군유지 매각을 요구했고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일부 군의원들이 다시금 특혜의혹 등을 제기하며 문제제기하고 제동을 건 상태다.

화순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 사업은 당초 2009년 시작해 2011년 완공예정이었지만 축산분뇨자원화 시설로 인해 1년 연장된 상태다. 아직까지도 핵심시설인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이 난항을 겪자 상급기관이 올해까지 추진하지 않을 경우 사업비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자가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한 곳은 죽청리 군유지 바로 옆이다. 이는 사업자가 군유지 매입보다는 사유지를 매입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빠를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매입한 사유지는 생산녹지로 농업관련 시설을 지을 수 있고 설령 화순군이 허가를 불허하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사업자가 이길 확률이 높다. 화순군 관계자들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화순군이 100% 패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순군은 오는 30일경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화순군 관계자는 "전라남도 등 상부기관에서도 감사를 진행했고, 지적된 사안에 대해서는 보안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순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축산분뇨자원화시설 #똥공장 #홍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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