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그림〈사진이 시가 되라〉
리더스가이드
학창시절에 펜팔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여학생이었죠. 우리나라 여배우들에 빗댈 만큼 예뻤죠. 이름이 '케어리 호그리프'였는데, 지금은 영문으로 어떻게 쓰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학생이 갖고 있던 취미는 승마에다 수영 등 갖가지 고상한 것이었죠. 나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그련 취미 말이죠.
그 학생과 펜팔이 끊겼던 것은 내 인물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내 딴에는 바다 풍경을 하고 있는 노을에 비친 멋진 사진을 보냈었죠. 그게 세 번째 답장이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그 학생이 쓴 편지를 받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참 씁쓸했죠.
그 시절에 펜팔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고등학교 선생님의 지도가 컸죠. 선생님은 주어와 동사와 목적어 정도의 어순만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줬습니다. 딱히 잘 쓸 필요도 없으니, 펜팔 교본을 보고 그냥 써보라고도 했죠. 어떤 날에는 선생님이 쓴 편지나 다른 친구들이 쓴 편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과도 점점 가까워졌죠.
주상태 선생님이 엮은 <사진아 시가 되라>를 읽고 있자니, 문득 그 추억이 떠올라 몇 자 써보았습니다. 사실 학창 시절에 시를 써본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는 일이죠. 영어 단어에다, 수학공식에다, 심지어 소설책 하나 읽는 것으로도 벅찬데, 시까지 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써놓은 이 책의 시들을 읽어보니 꽤나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처럼 꾸미거나 뭔가 포장을 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느낌을 시로 읊조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어떤 시는 두 줄로 끝난 것도 있고, 또 다른 시는 한 장 빼곡하게 쓴 시도 있죠. 저마다 자기 주관과 감정을 잘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