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행자가 <한여름 밤의 꿈> 연극이 끝난 후 인사하고 있다.
정민숙
헤르미아는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 데메트리오스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그 나라의 지도자인 테세우스에게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 딸에게 처벌을 내려달라고 한다. 테세우스는 아버지의 말대로 정혼자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하거나 평생 수도원에 격리된 채로 살아가라고 한다. 그날 밤 헤르미아는 사랑하는 뤼산드로스와 도망가기로 하고, 데메트리오스를 짝사랑하는 헬레나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헬레나가 데메트리오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자질하고, 데메트리오스는 사랑하는 헤르미아를 찾기 위해 그들이 만나기로 한 숲으로 가고, 헬레나도 그를 따라간다. 그 네 사람 사랑을 요정 퍼크는 방향을 잘못 잡아 묘약을 엉뚱한 사람에게 눈꺼풀에 발라놓는다. 가슴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를 갈라놓고, 짝사랑으로 번민하고 무시당하던 헬레나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사랑으로 오히려 멸시와 모욕을 느낀다. 자신들의 사랑이 진자인지 가짜인지도 모른 채 열정을 쏟는 뤼산드로스와 데메트리오스도 불쌍해 보인다.
그런 와중에 테세우스의 결혼을 축하하려는 아테네 시민들로 구성된 연극 팀이 숲으로 들어와 연극 연습을 할 때 그 중 한 명인 직조공 보톰에게 요정 퍼크는 당나귀 머리를 씌워 동료들을 도망가게 한다. 왕비 티타니아는 당나귀 보톰에게 사랑을 느껴 온갖 정성을 다 쏟으며 보살핀다.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부부싸움을 하게 된 것은 인도 왕실의 꽃미남 소년 때문이다. 시종 삼으려고 데려온 그 소년이 한 눈에 반할 정도의 꽃미남이라 질투가 난 왕은 그 아이를 견습기사로 봉하고 왕의 시종을 삼으려고 했으나, 왕비가 그 소년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나귀 보톰에게 반한 왕비는 그 꽃미남 소년을 왕의 시종으로 내줬다. 왕은 자신의 원하던 바를 이루자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진정한 사랑은 이어주고, 짝사랑은 쌍방향 사랑으로 이어줬다. 잠을 자고 일어난 왕비와 사람들은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생각하고, 테세우스의 집에서 테세우스와 히폴뤼타,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 헬레나와 데메트리오스, 세 쌍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다. 보톰과 아테네 시민들은 퓌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리고, 극이 끝난 후 모두 잠자리에 들 때 오베론과 티타니아는 요정들과 함께 그 집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린다.
공부하고 가서 보면 더 좋을 <한여름 밤의 꿈><한여름 밤의 꿈>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위와 같다. 그러나 이윤기는 우리가 이렇게 간단하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대하면 그 작품의 맛을 모른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풀어내면서 인물들을 설명한다.
"테세우스와 히폴뤼타: 테세우스는 절반은 역사적 인물, 절반은 신화적 인물이다. 역사적인 인물 테세우스는 흩어져 있던 아티카 지방 주민을 아테네로 통합하여 하나의 도시국가를 만든 영웅이다. 그는 아테네 시민이 두루 누릴 통일된 명절도 제정했는데 이것이 바로 범 아테네인들의 명절인 '판아테나이아', 즉 모든 아테네인들 축제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양궁 경기가 열렸던 '판아티나이코' 경기장은 바로 이 명절 행사가 열리던 곳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테세우스는, 군주제를 포기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한 최초의 통치자이기도 하다. 플루타르코스의 저 유명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역사적인 인물들을 둘씩 짝을 지어 서로 비교한 책인데, 이 책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영웅이 바로 테세우스다. 신화적 인물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소머리에 사람의 몸을 지닌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애인 아리아드네가 준 실꾸리를 이용해서 미궁을 빠져나온 영웅이다.히폴뤼타는 여인 전사들만 산다는 아마존 나라의 여왕이다. 히폴뤼타는 헤라클레스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헤라클레스가 해낸 12가지 어려운 일 중 마지막 열두 번째가 바로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빼앗기'였는데, 헤라클레스 신화에 따르면 히폴뤼타는 헤라클레스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허리띠를 빼앗긴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테세우스 신화에서는 죽은 것이 아니라서 시대적으로 몇 년 뒤지는 테세우스 신화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테세우스가 아마존족과 싸울 때 여왕이 히폴뤼타로 나온다."(이윤기가 옮긴 <한여름 밤의 꿈> 6~10쪽)이윤기는 테세우스 신화를 알아야만 셰익스피어가 써놓은 대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나 이야기는 이름도 우리식이라 듣고 이해하기도 쉬우며,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전달할 때도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셰익스피어가 써 놓은 희곡의 등장인물들은 이름도 어려운데, 그 이름만으로도 알아야할 배경 지식이 아주 많다. 아는 사람은 무척 재미있을 것이지만, 그 지식을 모르는 사람은 대사가 겉도는 듯한 어려움을 느낄 것 같다.